한은의 경고 “집값 더 하락, 금융시스템 불안 부를 수도 있어”

부동산 경기 둔화 지속, 가계 부채 축소 압력도 커질 듯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09 21:58 | 최종 수정 2023.03.09 22:00 의견 0

한국은행이 고금리 등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부진이 깊어지면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금융시스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 가격에 대한 하락 기대, 주택 경기의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 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부 전경.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집값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한은은 부동산 호황기 때 누적된 갭투자 물량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면 주택 가격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의 부진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그간 크게 확대된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향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특히 분양 시장의 경기 둔화로 중소 건설사 등의 재무 여건,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높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분양 시장 여건을 보면, 사업 초기인 사업장은 고금리 부담, 공사 원가 상승, 금융기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취급 기피 등으로 일부 사업의 지연 및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완공 전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금융 관련 위험을 업권별로 보면 한은은 은행에 대해선 대출 규제 강화, 고신용 위주의 차주(대출받는 사람) 구성, 공적기관의 보증 확대 등으로 관련 리스크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비은행 금융기관은 고위험 익스포저, 아파트 외 사업장의 대출 비중 등이 높아 PF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신용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앞으로 부동산 경기의 둔화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부동산 금융과 관련한) 금융불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계 부문을 조기에 식별하고 정리를 유도해 거래 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긴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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