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건강보험, 정부나 국회 통제 없어”

건보 예산에 포함, 사실상 기금화 권고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2 23:28 | 최종 수정 2023.10.04 08:31 의견 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을 기금화 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정부에 피력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프랑스 파리에서 ‘보건 분야 예산회의’ 전날인 8일 기재부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OECD는 "정부 예산을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는 데도 불구, 국회와 예산 당국이 보험 지출 규모와 사용처 등에 개입할 수 없는 현행 건강보험 국고지원제가 매우 특이하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기재부는 그동안 내년부터 건강보험을 기금화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강원 원주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이어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의료보험 기금이 독립적이어도 정부의 심의, 국회의 심의·동의 절차를 거쳐 의료 지출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OECD는 의료보험 기금을 정부와 국회 통제 아래에 둔 다른 OECD 회원국의 사례도 소개했다. 프랑스는 1990년대 이후 의료보험 기금의 예산을 국회의 검토와 승인을 얻도록 했고, 벨기는 정부가 의료 지출 규모의 실질 증가율을 결정한다.

우리의 건보 재정은 그동안 정부 예산이나 기금과 같은 국가 재정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회계로 처리했다. 의학 전문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며 의약업계가 주도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건보 수입 및 지출을 정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이후 해마다 건보 수입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한 국고지원 제도를 유지해왔다. 한시적이지만 일몰을 계속 연장해왔다. 올해 국고지원 예산은 11조원 규모다.

여당은 기금으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냈지만 통과하지 못했고 후속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건보의 기금화 논의가 공전하는 사이 건보 재정은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기재부에 따르면 건보의 연간 수입에서 지출액을 뺀 당기수지는 지난해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1조 4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와 같은 건보 지출 구조가 이어지면 건보 누적적자가 오는 2070년까지 7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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