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에서 '태양신'으로 알려진 녹야(綠野) 조광현 씨가 지난 27일 87세로 별세했다.

29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27일 오후 10시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경기 김포에서 난 고인은 서울대 치대를 나와 1962∼1995년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했다. 환갑 즈음 치과를 그만두고 2002년 인터넷을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글을 올린 것은 2004년이었다.

조광현 씨 생전 모습

이날 기준으로 고인의 네이버 지식인 답변은 5만 3839건에 이르면 답변 채택률은 70.5%다. 이런 노력으로 그의 지식인 등급은 '절대신' 다음으로 높은 '수호신'이다. 지식인 등급은 ‘하수-평민-시민-초수-중수-고수-영웅-지존-초인-식물신-바람신-물신-달신-별신-태양신-은하신-우주신-수호신-절대신'으로 나눈다.

고인은 전공인 치아 관련 지식과 초등학교 입학 전에 4천자를 외웠다는 한문 실력 등 풍부한 교양에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답변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유와 위트도 넘쳤다.

2008년에는 네이버가 시상하는 '파워지식IN상'을 수상했다. 지식인에서 수많은 어록을 남겼고 특히 고인의 '우문현답'은 네티즌들에겐 화제를 모았다. 방송과 뉴스 기사 등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주요 우문현답에는 “엄마 이마주름 시술 뭐해드리면 좋을까요”라는 물음에 “근심, 걱정을 덜어드리세요”라든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세뱃돈이나 한 달 용돈이 얼마 정도나 될까요”에는 “그런 생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꾸 살기가 힘들어지고 싫어집니다”가 있다.

2017년 2월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인은 다음해 10월 블로그를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고인은 "원활하게 활동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여러분의 넓은 이해와 아량 속에 서서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해야겠다"고 전했다. 시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팬들이 지속 찾자 활동을 재개했다. 특히 실명 상태에 가까웠지만 돋보기 2개를 겹쳐 사용하며 답변을 남겼다.

지난해부터는 답변 횟수가 점점 줄고 같은 해 3월에는 고인의 아내 늘샘 권오실 씨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11월 10일 '학교에서 얻어맞았을 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소식이 끊겼다.

고인의 사망 소식에 블로그에는 "선생님의 답변으로 많은 지혜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편히 쉬세요" 등의 애도글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빈소에 최수연 대표 명의의 근조 화환을 보내고, 지식인 서비스 내 추모글을 게시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1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6시 15분이다.

사이렌스 정기홍 기자 bonnylim@naver.com 정기홍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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