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반도체에 탄소 저감 기술 접목할 것"....넷 제로 앞장 SK하이닉스 김영식 부사장

임지연 승인 2023.05.04 16:47 | 최종 수정 2023.05.05 11:43 의견 0

“단기적으로는 현재 우리가 가진 자원과 인적 역량을 잘 활용해 온실가스를 절감할 항목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반도체에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접목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동력은 ‘구성원과 협력사’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은 기업들의 필수 과제가 됐다.

SK하이닉스 탄소관리위원회 김영식 위원장이 자사의 넷 제로 추진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출범한 이 회사 탄소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 부사장은 4일 구성원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이 곧 개인과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과 함께 스코프(Scope) 3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Scope 3(기타 간접 배출)로 나뉘는데, Scope 3는 사업장 외부(협력사의 원부자재 공급 과정, 제품이 판매된 후 처리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를 통해 생태계 전체의 ‘넷 제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SK는 현재 그룹 차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모든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인 넷 제로(Net Zero)를 추진 중이고, SK하이닉스도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지난해 탄소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김 위원장은 “회사의 성장과 투자가 지속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고민하고 개발해야 하고, 이것이 회사 안에 탄소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탄소관리위원회에서는 ▲협력사와 저전력 장비 개발 ▲공정가스 저감 ▲AI/DT(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기반 에너지 절감 등 다방면에 걸쳐 탄소 저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Scope 1과 2 배출량 유지(2020년 수준), 재생에너지 사용률 33% 달성, 에너지 누적 절감 3,000GWh 달성, 공정가스 배출량 40% 감축 등 목표에 차근차근 다가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김영식 탄소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자사의 탄소저감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하나 하나 순서대로 살펴보면 현재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활동은 ‘저전력 장비 개발 및 도입’이다.

특히 지난해 협력사와의 협업으로 처음 도입한 이너 히터(Inner Heater)는 기존 대비 50% 높은 효율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너 히터는 장비의 배관 겉면에 부착된 히터를 배관 안쪽에 넣는 방식으로, 배관 안에 불순물이 생기는 것을 줄여 장비 효율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감소시켜 준다. 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효과를 검증했고, 올해부터는 활용 분야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정에서 생기는 가스와 화합물을 가장 먼저 제거하는 1차 스크러버(1st Scrubber)의 효율 개선도 신경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와 함께 공정가스 사용량을 조절하거나, 저전력으로도 처리 가능한 공정가스를 개발하는 등 1차 스크러버의 처리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나아가 1차 스크러버 자체의 물과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신규 설비를 개발 중이며,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처리 시설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건설될 신규 팹(Fab)에 1차 스크러버의 온실가스 처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전력 사용량을 4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와 함께 유휴 대기 중인 장비의 저전력 모드 기능도 개발중이며, 장비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등급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 측정 모드도 개발하고 있다.

‘공정가스 저감 활동’도 시행하고 있다.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되는 가스의 경우 수명이 길고 지구온난화지수(GWP,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1로 두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를 지수화한 것)가 높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제조 기술담당 산하의 여러 조직을 모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온실가스 저감 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 T/F(Thin Film) 공정에서 시간차 질량 분석(ToF-MS, Time of Flight Mass Spectrometry) 진단을 통해 공정가스를 줄일 수 있는 13개 공정을 선별, 온실가스 약 1만 2,029 tCO2e/yr(연간이산화탄소등가환산치)을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또 식각 공정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공정가스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온실가스 약 3만 tCO2e/yr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공정가스를 지속해서 줄이는 한편,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신규 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냉동기, 외기조화기(OAC, Outside Air Conditioner), 폐열 회수 등 주요 설비에 AI/DT(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그동안 구성원 개인의 경험 또는 지식에 주로 의존해 설비를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방식을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머신러닝을 활용, 자체 학습으로 최적의 운전 모델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AI/DT 기반의 설비 운영 시스템은 도입 초기임에도 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142억 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냈으며, 올해는 163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시스템이 안착하게 되면 최대 45%까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 제로 경쟁력 확보는 이전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도전 과제입니다.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을 지향하는 SK하이닉스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넷 제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해 달려 나가겠습니다.”

SK하이닉스의 탄소 저감 사령탑인 김 위원장의 다부진 각오가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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