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1일)은 여름이 문턱을 넘는 '소만(小滿)'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21 05:21 | 최종 수정 2023.05.22 15:05 의견 0

오늘(21일)은 24절기 가운데 8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입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해 가득찬다고 해서 찰 만(滿)자를 썼습니다.

이른 봄에 나오던 냉이는 없어지고 보리 이삭이 익어 누런색을 띠기 시작합니다. 산과 들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때이기도 합니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집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4월이라 맹하(孟夏·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왕성하게 성장합니다.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농가월령가 4월령 내용)

소만 무렵 농촌에서는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밭작물을 심기 위한 김매기 등 일거리가 줄을 잇지요.

형편이 곤궁하던 옛날에는 이 무렵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때입니다.

산과 들에는 온갖 생물들이 자라나 잎과 줄기, 뿌리와 껍질을 따고, 캐고, 벗긴 뒤 무치고, 삶고, 버무려서 허기를 채웠다고 합니다. 송기(松肌)라고 해서, 새로운 솔가지에 물이 오를 때 이를 꺾어 액즙을 빨아먹기도 했습니다. 또한 송피떡이라고 소나무 속껍질로 만든 떡도 먹었습니다. 이른바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시절입니다.

중국에서는 소만 입기일(入氣日)에서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네요. 씀바귀는 꽃상추과의 다년초인데 뿌리와 줄기, 잎을 식용으로 널리 쓰입니다.

속담으로는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가 있는데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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