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KBS'···김의철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시 물러나겠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08 12:27 | 최종 수정 2023.06.08 12:31 의견 0

김의철 KBS 사장이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결정과 관련, 이를 철회하면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고,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나설 전망이다.

김 사장은 8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일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즉각 철회해달라. 철회되는 즉시 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번 권고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과정에서 심사위원회의 활발한 토론과 격렬한 논의를 걸쳐 접한 바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 KBS의 입장전달은 심사위원회 요청도 없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의견서가 전부”라며 “공영방송은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고, 대통령실 설명과 달리 오히려 각국에서는 공영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KBS 미래와 발전을 위한 자리를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유관 부처에도 제안한다”며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KBS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정식으로 제의한다”고 청했다.

시사프로그램인 '사사건건'과 진행자 범기영 앵커. KBS 제공

현재의 TV수신료(월 2500원)는 현행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부과·징수된다. 과거에는 KBS 징수원이 집마다 돌며 수신료를 걷었지만 지난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분리 징수 방안을 결정하면서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간 진행했던 국민제안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 투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약 5만 6016명(96.5%)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2019명(3.5%)에 그쳤다.

김 사장은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여론 수렴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져 유감을 표한다. 심지어 공영방송 근간이 흔들리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KBS를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 될 경우 막대한 지출 비용이 낭비될 것이다. 2022년 수신료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신료는 6200억원 정도다. 분리 징수 시 1000억원대로 급감해 KBS의 다양한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돼 국민들께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되는 지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최악의 비효율적인 재원 충당 방식을 택하는 건 사회적 모순만 키우는 행위”라며 “한 번의 국민제안 청취로 결정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성급한 결정을 내린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고 했다.

김 사장은 자사의 물의를 빚은 보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KBS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 도중 일장기에만 경례했다는 보도 및 건설노조 집회 보도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해 “저희들 여러가지 시스템적으로 노력을 하겠지만 사람이 하다보니 실수가 있다”고 말했다.

KBS 오후 시사프로그램인 '사사건건' 범기영 앵커는 지난 3월 16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환영 행사를 중계하던 중 “일장기를 향해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을 방금 보셨다. 단상에 태극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의장대가 우리 국기를 들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 앞에는 일장기뿐만 아니라 태극기도 있었다. 국가간 의전에서 있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수준 미달의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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