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하반기 개정"
방송법·한전 약관 개정보다 쉬워…연내 시행도 가능
KBS?등은 제작 역량 약화와 상업화 우려
현재의 방만 구조 개혁 하면 문제 없어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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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17:06 | 최종 수정 2023.06.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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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지난 5일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하반기에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의철 KBS 사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결정을 철회하면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기차는 역을 지나간 후'가 된 상황이다.
11일 방통위 등에 따르면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려면 방송법이나 방송법 시행령, 한국전력 약관 중 하나를 개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가장 쉬운 상황이다.
방송법을 개정할 경우 67조 2항의 '징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해야 하지만 현재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전 전기공급약관에 손을 대려면 기본 공급약관 제82조 내 전기요금과 함께 청구할 수 있는 목록에서 TV 수신료를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KBS의 동의 없이 한전 단독으로 약관을 고쳤다가는 법적으로 위약금을 물 수 있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의 경우 43조 2항에 '고유 업무와 고지 행위를 결합해 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된다. 방통위가 안을 마련한 뒤 국무회의를 거치면 올해 안에 시행할 수 있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시행령 개정에는 보통 5~7개월이 걸리지만 개정안 마련은 큰 작업이 필요하지 않아 3개월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관계기관 협의→사전 영향평가→입법예고→규제 심사→법제처 심사→차관회의 심의→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공포 등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걸림돌은 방통위의 내부 상황이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된 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3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 직대와 이상인 위원이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일 때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위원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위원회 안건 보고 시점이 늦어지면 시행령 개정도 미뤄질 수 있다.
김 직대는 오는 12일 비공개 위원 간담회에서 시행령 개정 검토 사항과 추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KBS 안팎에서는 분리 징수에 따른 수신료 수입 감소로 연 약 7천억원이던 수신료 수입은 절반 이하인 3천억원 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KBS의 입장과 정반대다. 공정 방송 문제도 있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KBS는 수십 년간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방만 경영이 도를 넘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라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한때 연봉 1억 원이 넘는 임직원이 70%가까이 된다는 말도 있었고, 지금도 51.3%(총사원 4629명에 2374명)라고 알려져 있다.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간부 2374명 가운데 무보직 간부는 무려 1500명에 이른다.
따라서 이 기회에 그동안 방만했던 KBS의 인력 구조와 경영을 합리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공영방송의 모범 사례라는 영국 BBC는 수신료를 폐지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였다.
BBC는 글로벌 재정 위기였던 2010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수신료를 동결했고, 2012년부터 5년간 고강도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를 감사원과 의회의 평가를 받은 뒤에야 수신료를 인상했다.
따라서 KBS 수신료 분리제도가 시행되면 KBS는 수십 년간의 방만 경영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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