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90세로 별세···'분단시대' 진보적 화두 던져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24 01:05 | 최종 수정 2023.06.24 01:53 의견 0

한국 근현대 사학자이자 진보 진영의 대표적 역사학자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23일 90세로 별세했다.

1933년 경남 마산(현 창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59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고려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1980년 해직됐다가 4년 만에 복직해 근현대사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쳤다. 한 제자가 1980년대 ‘6·25는 남침이냐 북침이냐’고 묻자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월간 '사회평론' 발행인, 계간 '내일을 여는 역사' 발행인, 강원 원주 상지대 총장을 지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1998~2003년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 고문을 지냈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위원회 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이사장도 지냈다.

그는 사학계가 민족주의와 분단체제론에 관심을 기울일 무렵인 1978년 창장과비평(창비)을 통해 대표작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을 펴내 '분단시대'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분단 체제의 인식과 극복을 위한 실천을 강조한 그의 주장은 1980년대 이후 인문·사회과학 등 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7년에는 민족해방운동의 경제적 기초가 되는 식민지 시대 민중의 삶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담은 저작 '일제시대 빈민생활사 연구'를 출간했다.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한국민족운동사론' 등 180여 권의 학문적 성과를 남겼다.

중앙문화대상 학술대상(1992년), 국민포장(1999년), 단재상(1999년), 한겨레통일문화상(2000년), 만해상(2002·2010년), 후광 김대중 학술상(2011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장성애 씨와 딸 강경미·지혜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 발인은 25일 오전 8시 30분. 070-78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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