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영산강 보 해체 전말] "이 사람은 N"···감사원 "좌파 단체들이 4대강 보 해체 결정 좌지우지"

감사원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감사 보고서' 발표
"반 4대강 단체, 보 해체 위원 선정…배제 인사에 N 표시"
"문재인 정부 때 보 해체·상시개방 졸속 결정, 재검토 요구"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0 18:27 | 최종 수정 2023.07.22 18:11 의견 0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만든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를 해체하거나 상시개방 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20일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광주전남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9년 6월 8일 영산강 승촌보에서 승촌보와 죽산보 해체를 촉구하는 상황극을 펼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다음은 감사원이 밝힌 시간대에 따른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 해체, 상시개방 과정과 상황이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월 환경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훈령에 따라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설치했다.

조사평가단 내에는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전문위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기획위는 전문위 내부에서 선정된 민간 전문가 8명과 환경부 공무원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4대강 보의 처분 최종안은 기획위에서 결정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조사평가단 구성은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인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가 좌지우지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깊이 개입했다고 밝혔다.

재자연위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단체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조사평가단 팀장에게 "전문위 구성은 재자연위의 추천을 받아서 하라"는 지시했고, 이 팀장은 자연위 간부에게 전문위에 참여시킬 민간 전문가 후보 169명의 명단을 이메일로 보냈다.

이 명단을 받은 재자연위 간부는 ‘4대강 사업을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생각되는 41명의 이름 옆에 ‘안 된다’는 의미의 ‘N(NO)’을 적어 환경부로 다시 보냈다.

이들 41명은 모두 전문위에서 제외됐다.

다만 2018년 9월 14일 김 장관에게 보고된 후보 명단에 재자연위가 반대한 전문가가 3명 포함됐지만 이들 이름 옆에도 ‘N’이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 3명도 하루 뒤 재작성된 후보 명단에서 빠지고, 재자연위가 반대하지 않은 다른 3명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졌다.

2018년 11월 전문위 전문위원 43명이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재자연위가 반대한 41명 누구도 여기에 들지 못했고, 절반 이상인 25명(58.1%)은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였다.

전문위는 4개 분과로 됐는데 각 분과 위원장은 4대강 반대 인사들로 선출했다.

또 최종 결정을 하는 기획위에는 전문위의 4개 분과 위원장과 이들 분과 위원장이 1명씩 추천한 전문위원 4명 등 모두 8명이 민간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이 고른 기획위원은 모두 재자연위 관련 인사들이었다.

기획위는 2018년 12월 첫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가장 먼저 정한 것은 ‘두 달 뒤인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기획위원들이 서두르는 결정을 우려했지만 무시됐다.

감사원은 "이 때가 문재인 정부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부터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2018년 말까지 확정한다’고 반복 발표한 상황이었고, 청와대는 환경부에 이 시간표를 지키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부는 청와대와 협의해 처리 시한을 2019년 2월로 미뤘다.

4대강 보. 환경부

이후 기획위는 5개 보의 처리 방안을 일사천리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획위는 5개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 조절 능력도 개선된다는 전제하에 ▲이득이 보 해체 비용보다 크면 보를 해체하고 ▲보 해체로 인한 이득이 비용보다 작으면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이는 처음부터 보를 그대로 둔다는 안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어 기획위는 보 해체 이득을 검증했다.

하지만 당시엔 보 해체 시 수질이 얼마나 개선될 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보를 설치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가 있었지만 보 설치 과정에서 준설하고 강변을 정리해 보를 해체해도 강 수질이 보 설치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었다.

또 해가 갈수록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의 양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따라서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하면, 보 해체로 인한 수질 개선 정도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오류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보를 2017년부터 임시로 개방해놓은 상태에서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해보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 보를 개방한 기간이 얼마 안 돼 수질 자료 측정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또 영산강의 승촌보·죽산보는 보를 임시로 개방했더니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에 기획위에선 ‘시간을 두고 수질 측정 자료 등을 더 모아야 한다’, ‘기존 측정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선 안 되고 이를 재평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그러나 기획위는 2개월 내에 결론을 내기 위해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하는 데 썼다.

이로써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며,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결론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통보됐고 2021년 1월 물관리위가 기획위의 결론대로 5개 보 해체·개방을 확정했다.

기획위가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 등 3개 보 해체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한 자료는 2017년까지 측정한 수질 자료였다.

감사원이 그 뒤 2020년까지 3년간 추가로 측정한 자료를 적용해 보 해체 결정이 타당한지를 다시 평가해 봤더니 결론이 반대로 나왔다.

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지 않아야 하고 세종보는 해체가 이로운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위가 틀렸고 감사원의 재평가가 반드시 옳다는 것이 아니라 측정 기간과 방법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2019년에 성급하게 보 해체·개방을 결정해선 안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정부에 “충분한 기초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사실상 5개 보 해체·개방 결정 재검토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 감사 결과와 관련해 지난 1월 이미 김 전 장관과 조사평가단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해 놓은 상태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