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은 밤낮이 같은 춘분(春分)···꽃샘추위에 강원 동해안엔 큰 눈 내려

정기홍 승인 2024.03.20 12:35 의견 0

20일은 밤낮이 같다는 춘분(春分)입니다. 겨우내 동면하던 개구리가 잠을 깬다는 경칩(驚蟄)과 하늘이 더욱 맑아지는 청명(淸明)의 사이에 있는 절기입니다.

춘분의 풀이가 '봄을 나눈다'는 것처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음과 양의 기운도 비슷합니다. 다만 과학적으로는 낮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은 3월 18일이라고 합니다.

어제부터 전국에 바람이 매우 세차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어김없는 꽃샘추위의 기습입니다.

완연한 봄기운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산수유에 봄을 알리는 노란색이 물들고 있다. 정기홍기자

농촌에서는 춘분 절기를 기점으로 농사 일을 본격 준비합니다. 예전에는 파종을 준비하기 위해 씨앗 종자를 고르고 천수답에는 물꼬도 손질했습니다.

춘분을 전후해 춘경(春耕·봄갈이)을 하고, 겨우내 눈과 바람에 허물어진 돌담도 고쳤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춘분을 기점으로 조석 두끼를 먹던 밥을 세끼로 먹기 시작하고, 추분이 되면 다시 두끼로 환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춘분부터 농사가 시작돼 세끼를 먹어야 고된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시풍속으론 옛 조상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고 해 가족이 모여 송편과 비슷한 떡을 나이만큼씩 먹었습니다. 이때 한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며 머슴과 '머슴떡'을 나눠먹었지요.

콩을 볶아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콩 볶는 소리에 광에서 곡식을 먹던 쥐와 새를 쫓는 역할을 했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돋아난 냉이나 다래 등 나물을 캐 데치고 삶아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상큼한 나물이 겨우내 떨어졌던 입맛을 돋워줍니다. 요즘은 고급 별미로 자리한 도다리쑥국의 도다리와 쑥도 이때 나옵니다.

춘분의 날씨를 보고 농사의 흉풍(凶豊)도 점쳤습니다.

조선 중기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에는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해가 뜰 때 정동(正東)쪽에 푸른 구름의 기운이 있으면 보리에 좋아 보리 풍년이 들고,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한다'고 적었습니다.

춘분의 운기(雲氣), 즉 구름 기운을 보고 청(靑)색이면 충해(蟲害), 적(赤)색이면 가뭄, 흑(黑)색이면 수해, 황(黃)색이면 풍년을 예상했습니다.

증보산림경제는 또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들어 보리값이 내리고,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貴)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했습니다.

비와 눈이 자주 내리는데 봄비는 그칠 때마다 날씨는 따뜻해진다고 합니다. 바람도 세게 붑니다. 어촌에서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나가더라도 멀리 가지 않습니다.

춘분 절기엔 유독 날씨가 자주 변해 바람 관련 속담이 많습니다.

꽃샘바람을 빗댄 '이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이월 바람에 검은 쇳불이 오그라진다'는 속담은 바람이 겨울처럼 매섭고 차다는 뜻입니다. ​

꽃샘바람에는 풍신(風神)이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바람이란 속신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처럼 춘분이 지나면 차츰 따뜻해진다는 속담도 있네요.

농사 속담에는 '춘분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가 있습니다.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애벌갈이)을 부지런히 해야만 한 해를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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