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엔 관세로 맞대응"...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로 가나

임지연 승인 2024.04.29 09:01 | 최종 수정 2024.04.29 11:49 의견 0

"지난 45년간 미중관계는 비바람을 헤쳐왔다. 양국은 라이벌이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서로 상처를 주기보다는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상생협력을 3대 주요 원칙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이것이 과거로부터의 교훈이자 미래에 대한 가이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6일 베이징에서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알자지라 잉글리시@X(엑스, 옛 트위터) 캡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2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 대한 저가 수출 공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 받자, 차이는 접어두고 공생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생을 강조하는 중국 특유의 점잖은 화법이었지만, 이어진 조치는 매서웠다.

중국은 이날 미국의 관세 인상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관세법을 처음으로 법제화, 상처를 주는 조치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의 재점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제품 800여 종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매겼고, 이에 중국도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등에 똑같이 맞대응 했었다.

중국 맞불 관세: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26일 '해외 국가의 고율 관세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강화한 새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오는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새 관세법은 중국 수출입 관세와 관련한 다양한 조항을 담고 있는데, 특히 핵심인 17조는 미국의 슈퍼 301조처럼 중국과 특혜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역시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최근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보복 관세 원칙이 중국 법에 명시된 건 처음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슈퍼 301조) 조사 발표에 결사 반대한다"며 "중국의 권리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사흘간 이뤄진 블링컨의 방중 기간(24~26일) 양타오 중국 외교부 미대양주 담당 사장(국장급)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과잉은 중국의 생산능력이 아니라 미국의 우려”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 움직임: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자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선, 중국이 과잉생산(정확히는 밀어내기 저가 수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관세를 올려 틀어 막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치열하게 진행되어온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전쟁에, 관세전쟁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블링컨 장관은 26일 시 주석 및 왕 부장을 연이어 만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과잉 생산이 미국 시장과 전 세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전기차와 태양광, 배터리, 철강, 물류 등 다방면에 걸쳐 불공정 무역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세 배 이상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기도 했다.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광범위한 보복 조치로 대응하도록 하는 미 무역법 301조가 근거가 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25일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어떤 방안도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지 않았다”며 대응책 마련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재집권하면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타국 동향: 관세를 둘러싼 미중 대결은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EU(유럽연합)도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이 자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의료기기에 대해 지급한 보조금을 조사하면서 관세 인상을 시사했다.

같은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과 인도도 중국산 제품의 반덤핑 조사에 가세했다.

이에 중국은 “서방이 보호무역주의를 행사하며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다시 한번 무역전쟁에 본격 돌입할지, 아니면 극적인 탈출구를 찾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블링컨의 방중에서 가시적인 해결책이 나온 건 없고 양국 모두 강경하게 맞서는 형국이지만, 그렇다고 파국을 바라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분명한 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저가 중국산 수입품으로부터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는 새로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력한 압력에 직면할 공산이 큰 만큼 대중 강경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외국 투자 유치를 통해 부진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중국도 오는 12월부터 맞불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만들었다.

관세 전쟁 2라운드 돌입의 관전 포인트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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