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벤허' 상영 대한극장, 60여년 만에 9월 문 닫는다···한때 서울 충무로 영화거리 간판 영화관

대작 중심 상영…적자 누적
빌딩 개조해 공연장으로 운영

정기홍 승인 2024.04.30 15:34 | 최종 수정 2024.04.30 15:48 의견 0

영화인의 거리로 풍미했던 서울 충무로에서 한국 영화사와 함께해온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문을 닫는다. 대한극장 건물은 공연장으로 거듭난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30일 전자공시를 통해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오는 9월 30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리모텔링하기 전인 2000년 5월 대한극장 모습.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세기상사는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지속된 적자를 해소하지 못해 소유 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극장은 지난 1958년 충무로에서 국내 최대 극장으로 개관했다.

이후 '벤허'(1959년 제작), '사운드 오브 뮤직'(1969년), '킬링필드'(1985년) 등 대형 외화를 중심으로 상영하면서 충무로의 간판 극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벤허는 1962년 2월부터 7개월 간 상영하면서 당시 70만 명의 흥행기록을 세워 영화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서울 인구가 약 250만명이었다.

대형 스크린에 웅장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극장이었다. '벤허'와 같은 영화는 지방에서도 대한극장을 직접 찾아 본 영화 팬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관들의 멀티플렉스화 분위기에 발길이 뜸해지자 2001년 5월 '징기스칸' 상영을 끝으로 250억 원을 투입해 이듬해 12월 11개 상영관을 갖추고 재개관했다.

하지만 국내 영화관이 CGV 등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옛 영화를 재건하지 못했다.

세기상사는 "개조한 공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수익 배분 방식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머시브 공연은 무대와 객석 경계를 없애거나 넘나들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연극 '슬립 노 모어'는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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