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 오나..."2027년 AI반도체 시장 3배 확대"

임지연 승인 2024.05.01 10:43 | 최종 수정 2024.05.01 10:50 의견 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올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 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글로벌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양사의 실적이 2분기 이후에도 우상향 곡선을 뚜렷하게 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7년과 2020년에 이어 다시 한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 하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24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원년이 될 것인가. 미국의 전기 전자 분석업체 <일렉트로닉 디자인>은 올해초 상황은 이전의 두차례 슈퍼사이클을 보였던 2017년, 2020년 초입과 유사하지만, 완만한 성장 쪽에 더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는 2027년 AI 반도체 시장은 1194억 달러(한화 약 155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며 3년 만에 3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바닥친 메모리 반도체 경기: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조 6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 1년만에 적자 행진의 고리를 끊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1조 9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만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조 8860억 원으로 집계됐다며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번째로 좋은 실적을 발표했다.

양사 공히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모두 흑자를 내며 지난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되살아났음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AI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수요가 급증한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한 몫 했다.

실제 HBM 시장의 1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생산 능력으로 제조가능한 HBM 물량을 완판했고, 내년까지 시장 수요를 대기에도 벅찰 정도다. 시장 분석 업체 옴디아는 올해 HBM이 150~200%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범용 D램 역시 가파른 회복세를 띠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855억 49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컨퍼런스콜에서 “D램·HBM뿐 아니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수요까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2년 만에 다시 30조 원을 웃도는 연간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전의 효자 HBM: D램 여러 개를 묶어 만든 HBM은 AI 분석 기술 속도 및 기능 향상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채택되면서 생성AI 개발의 필수재로 꼽힌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HBM을 자사의 GPU에 장착해 칩을 만들고 있다.

가장 최신 버전인 ‘5세대 HBM3E 8단’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지난달부터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이달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2분기 중 성능이 더 업그레이드된 HBM3E 12단 제품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해 HBM 공급을 대폭 늘리고, 추가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25일 "HBM3E는 올해 고객 수요 맞춰 공급량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4년 이후 HBM 시장은 AI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매개변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낙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김재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중 12단 ‘HBM3E’를 양산한다고 발표하고, "올해 HBM 공급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 HBM3E로의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며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고 2배 이상 (HBM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슈퍼사이클 다시 오나: SK하이닉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슈퍼사이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슈퍼사이클은 반도체 경기의 장기 호황을 뜻한다. 그동안 기술 발전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폭발할 때 나타났고, 통상 4∼5년 주기로 형성돼 2년여간 이어졌다.

대표적인 시기로 1990년대 중반(PC수요 급증), 2000년대 중반(인터넷 대중화로 서버 투자 바람), 2010년대 초반(스마트폰 열풍)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진입기에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패닉' 구매가 있었던 2017~2018년 시기,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로 서버수요가 폭발한 2020~2022년이 꼽힌다.

물론 최근 들어 반도체 슈퍼사이클 무용론도 나온다. 급격한 기술 발전 속도나 수요 등 모든 면에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과거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 PC 수요에 한정됐던 반도체의 용처가 지금은 모바일과 데이터서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사이클의 폭과 주기도 달라져 더이상 예전 같은 수퍼사이클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한번 시작되면 최소 1~2년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슈퍼사이클로 시장을 분석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미국의 전기전자공학 전문 매체 <일렉트로닉 디자인>에 따르면 2024년 초입은 2017년과 2020년에 경험한 두 번의 슈퍼 사이클의 시작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매체는 미중 무역전쟁,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심리, 전반적 경제 상황 등 예측할 수 없는 영향들이 많다고 전제하면서 지금의 시장 상황이 슈퍼사이클로 진행돼 나가기 보다는 코로나 시기 이전의 완만한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올해 D램 매출은 3%, 전체 반도체 시장은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일 2020~2022년 주기와 같은 슈퍼사이클이 나타난다면 전체시장은 약 27%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사이클이 다시 나타날지 모르지만, 일단 메모리쪽은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김봉기 NH투자증권 디지털고객관리본부 대표는 "중요한 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독점 체제에 금이 가고 있고, AI 반도체의 경쟁이 강화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AI산업의 확산을 뜻하며, 온디바이스 AI의 주도 흐름으로 넘어가는 상황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 테슬라 삼성전자가 앞으로 AI를 디바이스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의 중심에 있다"고 말해 이들의 성과에 따라 또다른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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