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신차 출시 발표 직후에"···르노코리아, 남성 비하 '집게손가락' 논란에 휩싸여

담당자 "문제 알았지만 논란은 예상 못했다"
르노 차량 불매운동 우려에 사과문 올리고 영상 삭제

정기홍 승인 2024.06.30 16:02 | 최종 수정 2024.06.30 16:03 의견 0

옛 삼성자동차였던 르노코리아가 사내 홍보 유튜브 채널인 '르노 인사이드'에 '남성혐오'의 상징 이미지로 통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의 동영상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르노코리아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 개막을 앞둔 지난 27일 D SUV 신차(중형차)인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Grand Koleos)'를 공개했는데 하루 만에 큰 악재를 맞았다.

르노코리아 차량 홍보 영상에서 집게손가락 표현을 하고 있는 장면

르노코리아 '집게손가락' 논란이 된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30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회사측은 28일 '집게손가락' 논란이 확산되자 긴급히 모든 영상을 삭제하고 입장문과 영상 담당자의 사과글을 올렸다.

르노코리아는 "사내 홍보용으로 제작된 영상의 일부 장면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이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했고, 영상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르노코리아는 어떠한 형태의 차별이나 혐오 없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상 담당자도 "저는 특정 손 동작으로 논란이 된 르노코리아 사내 콘텐츠를 제작한 당사자"라며 "저의 불찰로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특정 손 모양이 혐오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제가 제작한 영상에서 표현한 손 모양이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르노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사과글

사과문에 달린 댓글들

회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차량을 설명하면서 남혐 논란의 될만한 손가락 제스처를 분명하게 취해 고의성이 짙다는 글들이다. 오랫동안 이 영상이 노출되도록 방치한 회사측의 안일함도 비판 받고 있다.

무엇보다 두 개의 게시물에 1만 1000건 이상의 댓글이 달리면서 르노코리아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이 논란이 자칫 신차 '그랑 콜레오스' 불매운동으로 번질 우려까지 있다.

집게손가락 모양은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시작된 표현이다.

과거에도 일부 기업에서 비슷한 홍보 이미지와 영상을 사용하면서 불매운동으로 번져 담당자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021년 편의점 GS25는 캠핑 이벤트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에 이를 사용해 남초(男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번졌고, 지난해에는 넥슨코리아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속 여성 캐릭터의 깍지 손 모양을 두고서도 논란이 이어져 그림을 수정하고 사과를 했다.

실제 현장 영업맨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엔 "페미니스트 한 사람이 몇 년간 보릿고개로 고생한 르노코리아 개발팀, 마케팅팀, 일선 영업팀, 부산공장 생산팀, 부산 지역 부품협력업체들까지 다 죽였다"거나 "사전 예약 3분이 취소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르노코리아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이 지난 27일 '2024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 르노코리아 유튜브 캡처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개발 프로젝트 코드명 '오로라1'으로 르노의 첫 SUV이자 성공 글로벌 모델 중 하나인 콜레오스의 성공 신화를 이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자동차 이름 'Koleos(콜레오스)'는 강인함, 견고함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coleoptera(코리옵테라)'에서 따 와 강렬한 존재감의 차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크다는 'Grand(그랑)' 단어를 더해 새로운 차체 크기와 동급 최고의 뒷좌석 공간을 갖춘 르노 브랜드의 최고급 SUV 모델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27일 신차를 소개하면서 "125년 역사의 르노는 '매일을 함께하는 차(Voiture à vivre)'라는 브랜드의 DNA를 기반으로 일상에서의 혁신을 추구해 왔다"며 "그랑 콜레오스는 이러한 르노의 DNA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광범위한 글로벌 협력, 국내 연구진들의 휴먼 퍼스트 기술 구현을 위한 열정, 부산 공장 및 협력업체들의 뛰어난 생산 노하우와 품질 경쟁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차제에 '집게손가락' 논란이 신차 출사표를 묻힐 우려도 제기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특정 성향과 의도를 가지고 해당 동영상을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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