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자 물려받은 유산에 따라 상속세를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상속세의 인적 공제를 높이기 위해 자녀별로 5억 원씩 기본공제를 하고, 10억원 한도 내에서 배우자가 받은 유산은 법정상속분을 넘어도 전액 공제 하기로 했다. 상속세 과세 체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건 1950년 3월 상속세법 도입 이후 75년 만이다.
정부는 12일 오는 2028년부터 상속세 구조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기로 하고 오는 5월 중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상속세법을 고쳐야 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에 달렸다.
그동안 총상속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면 배우자, 자녀 등 유족이 모두 같이 납부했다. 유족은 실제로 받은 상속액에 따라 각자 세금을 낸다.
국회에서 이 안이 그대로 의결되면 시행 시점은 2028년이다.
현행 유산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상속 재산에 세금을 매기고 상속을 받는 배우자, 자녀 등이 공동으로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을 받는 개인에게 상속액 만큼 관련 세금을 물린다.
기재부는 다만 상속인 중 한 사람이 이미 상속 받을 정도의 재산을 다 썼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등 세금을 걷기 어려운 경우 등에는 다른 상속인들에게 연대 납세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모두 국내 비거주자(외국인)일 경우 국내의 상속 재산에만 과세하고, 두 쪽 중 한 쪽이 국내 거주자(내국인)이면 모든 국가에 있는 상속 재산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개편안에 맞춰 공제 개편안도 내놓았다.
'유산세 방식'에선 상속 재산 전체에서 ‘기초공제(2억 원)+추가 공제’와 ‘일괄 공제’(5억 원) 중 큰 금액을 공제했는데 '유산 취득세'가 시행되면 상속인별로 각자 인적공제를 해준다.
지금의 '유산세 방식'에서는 ▲전 상속 재산에서 배우자 공제로 최소 5억 원에 일괄 공제를 받거나 ▲배우자 공제를 받고 기초 공제 2억 원에 자녀 1명 당 5000만 원씩 공제를 받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이때 배우자 공제는 배우자의 상속액이 5억 원보다 적어도 5억 원까지 무조건 공제가 적용된다. 만일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이 5억원 이상이면, 30억원 한도 내에서 법정 상속분(민법상 전체 상속 재산 중 배우자 몫으로 인정되는 재산)만큼 공제해 준다.
결국 자녀가 6명(1명 당 5000만 원씩 공제를 받으면 총 3억 원)을 넘지 않으면 일괄 공제를 받는 것이 유리해 현행 상속세 공제 한도는 기본 10억 원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공제가 개별적으로 적용돼 자녀 공제를 지금의 10배인 5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배우자 공제는 상속 재산 10억 원까지는 법정 상속분과 관계 없이 실제로 받은 상속분만큼 공제해 준다. 10억 원을 넘으면 30억 원 한도 내에서 법정 상속분만큼 공제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 재산 20억 원을 ▲배우자가 10억 원 ▲자녀가 각각 5억 원씩을 상속 받으면 배우자 상속액이 법정 상속분(8억 5714만 원)을 초과하고, 자녀들의 상속 재산도 일괄 공제(5억 원)을 넘어서 2억 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했다.
또 지금은 상속재산 15억 원을 자녀 3명이 균등하게 상속하면 전체 상속 재산(15억 원)에서 일괄 공제 5억원 을 뺀 10억 원이 과세표준이 되고 여기에 세율을 곱한 결정세액은 2억 4000만원이 돼 자녀 1명 당 8000만 원의 상속세를 낸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 되면 배우자와 자녀 모두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자녀의 경우 각자 5억 원씩 공제돼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개편안은 받은 만큼 세금을 부담함으로써 과세 형평을 높이고, 납세자별 공제를 적용해 공제의 실효성을 개선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공제 기준이 높아져 연간 상속세 수입은 2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23년의 상속세는 8조 5000억 원이었다.
과세 대상은 공제가 대폭 늘어나 2023년 6만 8000명의 절반 정도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상속세를 걷는 24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우리 나라와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곳뿐이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개별 상속인의 상속액을 일일이 점검해야 해 행정 절차는 복잡해진다. 또 여러 명이 상속받을수록 유리해 위장 분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위장 분할이 적발될 때 추징할 수 있는 ‘부과 제척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