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편의점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50대를 붙잡았으나 피골이 상접한 상태임을 확인, 일단 식료품을 사 챙겨주고 영양제 주사까지 맞혀 건강을 회복시킨 사실이 알려져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충북 청원경찰서. 청원경찰서 제공

28일 충북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2시30분 청주시 오창읍 한 편의점에서 A 씨가 5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산 뒤 계산대에서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은 거절했고 이에 A 씨는 옷 속에 있던 과도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긴 식료품 등을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출동한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25일 오전 9시35분 인근 원룸에서 A 씨를 붙잡았다. 당시 A 씨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형사들이 부축하자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기력이 쇠약한 상태였다.

경찰은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A 씨에게 죽을 사 먹이고 병원으로 데려가 사비로 영양 수액을 맞혔다.

이후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인계를 거부하자 계란, 햇반, 라면 등 식자재를 구매해 A 씨에게 전달하고 귀가 조처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열흘 가까이 굶어 너무 배가 고팠다.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지난 7월 이후 몸이 불편해 일을 하지 못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연체로 통장까지 압류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기초생활수급이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복지제도 정보조차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A 씨를 데리고 오창읍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도 했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흉기를 소지한 점과 도주한 정황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지만 전과가 없고 생계형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