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40대 이혼모, 마트서 방울토마토 훔쳐 입건

양육비 못 받고 직업도 없어 생활고
딸이 먹다 남은 팩 들고 경찰서 나와
구리시, LH 등 관계 기관 지원 방안 찾아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4 21:38 의견 0

이혼 후 홀로 여섯 살 딸을 키우는 40대 여성이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훔쳐 입건됐다. 경찰의 출석 통보에 이 여성은 딸이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를 돌려드리겠다며 경찰서로 들고 왔다.

14일 경찰과 경기 구리시에 따르면 이달 초 40대 여성 A 씨는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훔친 혐의로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어린 딸이 방울토마토를 사달라고 조르는데 돈이 없어 훔쳤다. 딸이 일부 먹었지만 남은 것이라도 돌려드리겠다.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팩에 담긴 방울토마토. '움직이는 사람들 15' 캡처

A 씨는 최근 이혼을 한 뒤 혼자 어린 딸을 양육하지만 전 남편은 딸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A 씨도 마땅한 직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임대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도 수개월째 내지 못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경찰은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들은 뒤 A 씨를 훈방(訓放·훈계방면)했다.

경찰은 A 씨의 사정을 파악한 뒤 구리시에 연락해 ‘지원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시는 생계비 지원 등 긴급복지 시행과 함께 일자리도 찾고 있다.

구리시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최근 이혼, 양육비 미지급, 생활고 등 잇따른 고초를 겪으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심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리시 관계자는 “"A 씨의 우울증 등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LH와 협의해 주거 관련 지원, 민간단체와 연계해 생계비 지원, 취업 지원책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미범죄심사위의 한 위원은 “아이가 미처 다 먹지 못한 방울토마토 팩을 들고 경찰서에 출석해 잘못을 뉘우치던 어머니의 사정이 안타까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관련기관이 함께 찾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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