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분유 훔친 미혼모 "아기가 10시간 굶어서"…경찰이 그 다음 한 일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02 21:16 의견 0

40대 여성이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쳐 나가다가 경찰에 붙잡혔지만 이어 반전이 일어났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강원 원주시 관설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쳤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A 씨는 분유와 기저귀, 식료품 등 약 17만 원어치의 물품을 들고 계산을 하지 않고 몰래 나가려다가 보안요원에게 붙잡혔다.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는 A 씨

출동한 경찰관에게 A 씨는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 잘못된 걸 알고서도 분유 등을 훔쳤다”고 자백했다.

현장에서 A 씨를 지켜보던 원주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만 경사(34)는 A 씨의 말에 의심을 품고 A 씨의 원룸을 방문했다. 방 안에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가 있었고 고 경사는 이어 의심을 풀었다.

A 씨의 사정을 듣고서 A 씨의 집에 가서 사정을 확인하고 아이를 치악지구대 데리고 와 돌보는 모습. 강원경찰청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경찰은 아이를 위해 사비로 분유를 구입해 전하는 등 미혼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A 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400여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 생활했지만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경찰에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시 잘못될까 봐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A 씨의 사연을 들은 고 경사는 마트로 가 자신의 사비로 분유를 샀고 A 씨에게 이를 건넸다. 그는 A 씨에게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도 안내했다.

그도 지난해 12월 아이의 아빠가 됐기에 더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A 씨는 사건 발생 1주일 후 “당시 경황이 없어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다”며 “덕분에 여러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그 사이에 이 사실이 알려졌고, 100여명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A 씨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지난 3월 말에 훔친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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