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한국에서 온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편지였는데, 한국에 대한 놀라운 비전이 있었고 그 편지로 인해 한국에 처음 오게 됐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행사 무대에 올라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일화를 소개했다.
무대에 함께 서서 이야기를 듣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저희 아버지(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에 대한 이야기죠?”라며 묻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이어 황 CEO는 “이건희 회장은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한국의 모든 시민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비디오 게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계 최초 비디오 게임 올림픽을 열고 싶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고 싶다고 했다”고 당시 편지 내용을 전했다.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이 편지를 보낸 1996년은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가능성을 보고 창업한 지 4년째되던 해다. 당시 엔비디아는 2D와 3D 그래픽을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황 CEO는 “한국은 처음부터 엔비디아의 심장부에 있었다. 여러분이 엔비디아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이후 한국의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 GPU 파트너를 확보하며 한국을 오갔다.
이날 한국을 찾은 그는 그로부터 15년 후 엔비디아를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160조 원)로 올려놓으며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의 CEO가 됐다.
황 CEO는 한국에 전할 깜짝 소식에 대해선 AI와 로봇과 연관된 것이라고 힌트를 줬다.
앞서 황 CEO와 이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이날 저녁 삼성동 ‘깐부 치킨’ 매장에서 함께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은 후 코엑스로 이동해 같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행사는 엔비디아 GPU ‘지포스(GeForce) 한국’ 한국 출시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이 회장은 자리에서 “25년 전 엔비디아는 삼성 반도체 GDDR D램을 써서 '지포스 256' 제품을 출시했다”며 “그때부터 전략적 파트너였지만,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이자 사업가, 존경하는 경영인이자 매력적이고 배짱 있고 정 많은 친구”라고 소개했다.
함께 무대에 선 정 회장은 “제가 생긴 건 좀 (나이) 들어 보여도 두 분 다 저보다 형님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아케이드 게임을 해왔고, 저희 아이가 게임을 너무 좋아해 옆에서 같이 보며 (게임을) 했다”며 “엔비디아 칩이 당연히 그 안에 들어있다. 저는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고 싶은데 이제 엔비디아 칩이 차, 로보틱스로 들어오면서 저희와 더 많은 협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여러분이 앞으로는 차 안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게 제가 꼭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