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55)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한 결정적 계기는 이진수(51) 법무부 차관과의 통화였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간부와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53)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연수원(29기) 동기다.
12일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차관과 항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 스스로 항소를 포기하는 방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차관이 공판·수사팀의 항소 의견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해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했다”는 점도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차관이 제시한 구체적인 선택지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검은 당초 정 지검장의 결정과 공판·수사팀의 의견에 따라 항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 압박에 뜻을 굽혔다는 말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서울중앙지검이 항소를 강행해도 항소 취소를 지휘할 수 있다.
노 대행은 과장들과의 이 자리에서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선택을 할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윗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공판·수사팀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출근길에 “보고가 왔을 때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의사 표현을 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 차관이 노 대행에게 정 장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검찰 내부에선 법무차관이 노 대행에게 항소에 우려를 제기한 것은 장관이나 대통령실의 지시였을 것이란 의심이 커지고 있다.
차관의 지위 특성상 장관의 승인 없이 이 같은 주요 사건의 항소 여부를 혼자 결정해 대검에 통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