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탄소 중립' 따라잡기 열기···대중은 아직 "글쎄"

2022 에너지 대전, 일산 킨텍스서 11월 2~4일 열려
국내외 356개 기업 참가, 탈탄소 최첨단 에너지 기술 선봬

사이렌스 승인 2022.11.02 16:06 | 최종 수정 2023.02.17 18:30 의견 0
현대차가 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서 선보인 수소전기트럭 청소차.

[고양=사이렌스] 임지연 기자 =“현대차는 수소드론 제작에 성공, 일단 시제품을 공개하게 됐습니다. 8개의 날개에 중량 700킬로의 이 드론은 에어 택시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화물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11월 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 행사장 한 켠에 수소연료전지가 장착된 트럭 청소차 시제품과 함께 나란히 전시된 로봇 모양의 드론이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차 부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원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서 선보인 수소드론.

전시는 드론 자체의 기능이나 쓰임새 보다는 행사 취지에 맞게 무공해 '수소'를 연료로 쓴다는 데 방점을 맞춰져 있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5곳이 지난해 RE100(재생 에너지 전환 100%)에 가입, 2050년까지 모든 밸류체인 과정에서 탄소 중립(Net Zero)을 이루겠다고 공표한 맥락과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역시 2050년까지 재생 에너지와 그린수소로 역시 탄소 중립 완성을 선언한 인근 포스코 전시장도 사람들로 붐볐다. 100평(324㎡) 가량의 넓은 전시장 부스에는 석탄을 쓰는 고로(高爐/용광로) 대신에 그린 수소로 만드는 탄소 제로 제철소를 만들겠다는 비전 소개와 더불어 미래 제철소 모형도 전시 중이었다.

포스코가 2일 일산 킨텍스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서 선보인 미래의 수소환원 제철소 모형도.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의 고로 조업은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많은 양을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다단계의 유동 환원로(還元爐)에서 수소로 환원시켜 환원철을 제조할 경우,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발생한다”며 “모든 공정을 수소와 그린 전력을 이용한 공정으로 대체한 탄소 제로 제철소 건립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열 공급이 필요한 수소 환원제철공정의 기술적, 상업적 완성과 함께 연간 700만톤 규모의 수소생산도 전제 되어야 하므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상의, 생산기술연구원, 산업지능화협회가 공동 주관해 4일까지 킨텍스 제2전시장 6,7,8홀에서 진행 중인 2022 에너지대전은 어느 때보다 관람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번 전시회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저탄소 고효율 C-Tech 혁신’을 주제로 기존의 에너지대전, 탄소 중립 엑스포, 탄소 중립 콘퍼런스를 통합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RE 100 가입 압박이 강화되면서 탄소 중립 문제가 국내 기업들의 긴급한 수출 이슈이자 생존 문제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RE 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쓰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영국 비영리 단체가 주도하는 자발적 국제 캠페인이다.

국내에선 2020년 SK그룹 6개 자회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현대차, 삼성전자, KT, 네이버 등 25개사가 가입해 있는데, 최근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 부품 공급 업체들에게 탈탄소 완성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일산 킨텍스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 참가한 삼성전자 부스 모습.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일까.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 민간 및 공공 연구기관, 외국계 기업 등 국내외 356개 기업이 1,157개 부스를 열고 탈탄소를 향한 최첨단 에너지 기술을 선보였다.

분야별로 보면 태양광과 소형모듈원전,풍력발전,연료전지,수소환원철기술,전기차충전,폐기물재생, 주택 & 건물 에너지 통합 절감 등이 망라됐다.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렌버그가 기조연설을 맡은 개막식 행사를 비롯, 첫날 탄소 중립 각국 정책 대응 등을 논의하는 세미나 자리에는 글로벌 시장 동향을 체크하고 따라잡으려는 기업과 연구기관 관계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니 무엇보다 국내 대기업들의 부스들은 다양한 아이템으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탄소 중립 이슈로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폭발하면서 새로운 수출시장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 제조을 비롯해 사업개발, 설계 조달 시공(EPC), 사업운영 등 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몄다.

특히 지난 2월 친환경 수소생산을 국내 최초로 실증해 낸,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탄소 제로(Net Zero)와 폐기물 제로(Waste Zero)를 실현 하는 '순환 경제 디자이너'를 전시 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종합 에너지 솔류션 공급사 위상을 굳히고 있는 한화큐셀은 이날 BIPV(건축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 시제품을 국내 최초로 공개, 해외 바이어들과 활발한 상담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한화모티브라는 브랜드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선보였고, 영농형 태양광 모듈도 전시했다.

2일 일산 킨텍스 2022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서 건축물 일체형 태양광모듈 시제품을 선보인 한화큐셀.

두산그룹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두산 퓨얼셀파워BU(비즈니스유닛) 등 3개사의 핵심 기술을 선보였다. 원전 대표 기업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모형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기술 현황을 소개했고, 해상풍력 시스템 및 수소 밸류체인 기술 현황도 공개했다.

2일 일산 킨텍스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 마련된 두산그룹 부스 모습.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 '트라이젠(Tri-gen)' 모형을 선보였고, ㈜두산 퓨얼셀파워 BU는 건물·주택용 수소연료전지를 전시 중이다.

중견, 중소 기업들도 탄소 중립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자원 순환을 선도하는 기업임을 자임하는 태형(주)는 재활용 사업부 등을 앞세워, 폐전선과 PCB(인쇄회로기판), 폐 컴퓨터 등을 재가공해 원자재를 생산 납품,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일 일산 킨텍스 2022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 참가한 태형(주)의 부스 모습.

신재생 에너지 전문 기업 KR파워(주)는 공장과 건물 옥상을 임대해 태양광 시설을 준공한 뒤 일정 기간 운영하는 루푸탑 발전사업을 소개했다. 이밖에 자율주행 차량로봇시스템을 선보인 모터헤드, 지열에서 태양광발전까지 활용한 히트펌프 냉난방 기술을 전시한 대성히트에너시스, 히트프리 프린팅 기술을 소개한 엡손 등도 눈길을 끌었다.

2일 일산 킨텍스 2022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 참가한 모터헤드 부스 모습.


하지만 대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중소기업들은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9개 기업과 함께 공동부스 존을 마련, 탄소감축 기술을 홍보중인 SDX탄소감축위원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탄소 중립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에 대한 정부의 의무 및 권고 사항도 아직 없어 준비가 미진한 상태"라며 "탄소이슈가 수출 장벽으로 크게 부상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 개발 및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일반인도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관이 마련돼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홍보가 덜 된 탓인지,일반인들의 관심이 부족한 탓인지, 일부 대기업 부스나 세미나장을 빼고 대부분의 중견, 중소기업 부스는 한산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bonnylim@naver.com

*편집자 주: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일 처음 작성 됐지만 추가 완성 과정을 거쳐 2023년 2월 9일 표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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