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돈 벌어'···4대금융지주, 수익금 중 이자 수익이 무려 82% 달해
일본, 미국?은행은 50%대 수준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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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9 23:41 | 최종 수정 2023.02.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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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신한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이자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사업 구조가 이자 수익에 편중됐고 예대금리차로 주판만 두드리고서 손쉽게 이자 수익을 늘렸음이 확인된 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48조 4038억원이다. 이 가운데 82%(39조 6739억원)가 이자 수익이었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은행 부문만 떼어놓고 계산하면 이자 수익 의존도는 90%를 넘어섰다.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 642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재작년보다 15.5% 늘었다.
KB금융은 0.1% 늘어난 4조 4133억원, 우리금융은 22.5% 늘어난 3조 1693억원, 하나금융은 2.8% 늘어난 3조 62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계액은 15조8506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순이익은 이자 수익의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신한금융이 10조6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한 것을 비롯해 4대 금융지주 모두 2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4곳을 합하면 이자 수익이 38조원이나 된다.
한은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전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잔액기준, 가중평균)는 2.55%포인트로 2021년 말의 2.21%포인트보다 0.34%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총대출 금리는 3.04%에서 4.92%로 크게 뛰었다.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 수익은 총 8조 7249억원으로 전년(11조 6387억원)보다 25.3% 감소했다. 해외 금융사는 신사업과 해외 투자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 비율이 비슷하다.
가계의 여유자금을 맡아 기업에 빌려주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돼 있다.
지난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조금 늘긴 했지만, 연말 가계대출은 1058조원으로 기업대출(1170조3천억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가계대출의 75.5%는 떼일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를 상대로 한 이자 장사로 돈을 많이 번 4대 은행은 직원 성과급으로 월 기본급의 200∼300%를 지급하고, 주주 배당도 크게 늘리고 있다. 실적 호전에 따른 귀결이라고는 하나,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의 처지는 아량곳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의 지난해 이자 수익 비중은 52%였다. 미국 대표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도 52% 수준이다.
국내 금융그룹은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며 금리 상승기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데도 IMF 때 금융 부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넣고서도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관치 금융' 타파를 외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주 중 금융권 경쟁 촉진과 사업 구조 개선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 이번 만큼은 손쉬운 이자 마진 장사가 아닌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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