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임금의 길’ 복원된다…“일제 훼손 전 광화문 월대 전모 확인”
“진정성 있는 복원의 단서 확보”
규모·구조·건축기법·변화과정 드러나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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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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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지난 1866년(고종 3년) 설치됐던 ‘광화문 월대’의 전모가 확인돼 완전한 복원이 가능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25일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광화문 월대의 복원·정비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발굴조사의 성과, 향후 복원계획 등을 발표했다.
옛 문헌기록과 사진자료 등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는 1866년 3월 조성됐다. 터를 다진뒤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해 기단석과 계단석·난간석을 두르고 내부를 흙으로 채워 만든 건축구조물이다. 이같은 사실은 흥선대원군이 이끈 경복궁 중건 공사과정(1865년 4월~1868년 7월)을 기록한 ‘경복궁 영건일기’(일본 와세다대 소장), 1890년대 이후로 전해지는 관련 사진자료 등에서 확인된다.
일제가 훼손하기 전 월대의 전체 규모는 남북 길이 48.7m, 동서 너비 29.7m로 발굴조사 결과 확인됐다. 월대 중앙에는 광화문 중앙문과 이어지는 너비 약 7m의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도 있었다. 조성 당시 광화문 월대는 동·서 외곽에 잘 다듬은 장대석(길이 120~270㎝·너비 30~50㎝·두께 20~40㎝)을 이용해 2단의 기단을 쌓고, 그 내부는 서로 다른 성질의 흙을 교차로 쌓아 주변보다 높게 대를 만들었다.
월대의 남쪽에는 3개의 계단도 조성했다. 어도와 연결되는 중앙 계단은 소맷돌(계단 좌우측 양단을 장식·마감하기 위해 놓이는 경사진 부재)을 이용해 동·서 양쪽 계단과 분리했다. 특히 어도계단 터는 일제의 전차선로로 일부 훼손됐으나 지면에 놓여 소맷돌을 받쳤던 지대석이 확인돼 월대의 원형 복원에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된다.
당시 건축기법도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기단석 하부 여러 장의 지대석을 놓고 적색점토로 보강한 기초시설, 철편과 점토·석회를 이용한 정대석 사이의 수평맞춤, 장대석의 밀림 방지를 위해 점토와 깬 돌을 섞어 보강한 뒷채움방식 등이다. 이종훈 문화재청 보존국장은 “원래 광화문 월대의 구조와 모습·축조방식은 물론 축조 이후 단계별 변화과정 등 광화문 월대의 복원을 위한 단서를 확보한 것이 이번 발굴조사의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10월까지 광화문 월대를 복원할 계획이다. 특히 전통재료·기법을 적용해 진정성있는 복원을 추진한다는 원칙 아래 1920년대에 철거된 뒤 동구릉 등에 남아 있는 난간석같은 광화문 월대의 부재도 재활용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와의 업무협조로 삼군부·의정부 터 일부 등 월대 주변부 정비사업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한다.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10월에는 광화문 월대의 복원 기념행사도 열린다.
일제가 1923년 개통한 전차 노선은 광화문 월대는 물론 삼군부와 의정부 터 일부도 훼손한 것으로 지난달 발굴조사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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