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존 17개 지점에 이어 10개 지점에 추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홈플러스 내에서도 매출이 높은 곳인 울산남구, 북수원, 동수원, 부산 센텀점까지 폐점 상황에 놓이면서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충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1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차 계약 해지 통보 대상이었던 17개 점포 외에 아직 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10개 점포에 대해 법원의 승인을 받아 추가로 계약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순히 해지권이 소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들 27개 점포 임대주들과는 향후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홈플러스 가양점 직원들이 매장 앞에서 '홈플러스 살리기 10만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정렬돼 있는 커트들이 무거워보인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가 진행한 서명운동은 지난 27일 최종 10만 3622명이 서명에 참여해 종료됐다. 정기홍 기자

앞서 지난 14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17개 점포는 가양·일산·시흥·잠실·계산·인천숭의·인천논현·원천·안산고잔·화성동탄·천안신방·천안·조치원·동촌·장림·울산북구·부산감만이다.

앞서 마트노조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수원·북수원·가좌·작전·센텀·울산남구·대전문화·전주완산·청주성안·파주운정 등 10개 점포가 추가로 계약 해지 통보됐다고 발표했다.

마트노조는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도 동대문 등 9개 점포의 폐점이 이미 확정됐었다. 전체 126개 매장 중 36개가 한 달 사이에 정리 대상에 올랐다"며 "전체 점포의 4분의 1 이상이 단기간 내에 사라지는 현실이 과연 '회생'인가"라고 비판했다.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은 30일 "앞서 통보한 17개 점포는 실제로 매출이 떨어지거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점포라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됐지만, 이번 10개 점포는 홈플러스 내에서도 규모가 크고 고객 방문도 많은 곳"이라고 했다.

안 지부장은 "추가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10개 지점은 현금 유동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곳들인데, 이런 매장까지 폐점한다면 홈플러스가 지속적인 운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홈플러스는 매출이 높은 지점일수록 인력 투입을 많이 해왔다"며 "실제로 북수원점은 노동자가 186명으로 경기권에서 가장 많고 이어 영통점(164명), 동수원점(119명)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 중 북수원점과 동수원점이 이번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 지부장은 "부산 지역에서도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센텀점은 노동자가 192명으로, 부산 내 홈플러스 지점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울산 지역에서도 울산남구점이 노동자 131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부장은 "이번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10개 지점 중 7곳은 노동자 수가 100명을 넘는다. 평균 한 점포당 노동자는 80명~90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10개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홈플러스 노동자는 총 1243명에 달한다. 홈플러스 관련 종사자까지 합치면 1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셈이다.

앞서 17개 지점 폐점을 가정했을 시 1만 7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홈플러스 직원과 입점업체 종사자 등 점포당 평균 200명 정도이고 미화원, 시설관리 인력, 판촉·시식 사원, 온라인 배송기사 등 종사자들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안 지부장은 "MBK 측은 점포의 계약 해지를 점포의 수익성이 아니고 임대료 인하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결국 적자여도 임대료를 깎아주면 살려주고, 장사가 잘 되어도 임대료를 깎아주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홈플러스 서울 강서구 본점. 홈플러스

향후 추가 계약 해지 통보 우려도 표했다.

그는 "언제 또 3차, 4차 대규모 계약 해지 통보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며 "지금 126개 지점 중 90개만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인천 지역에서 가좌점과 작전점이 이번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앞서 7월 폐점 예정이었던 부천상동점 인력을 작전점으로 배치했는데, 작전점마저 계약 해지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가 안전한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안 지부장은 "특히 같은 지역 내 여러 지점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지역 전체에서 홈플러스 매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서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구조조정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장사가 잘되는 점포라 안심했던 입점 점주들도 이번 추가 통보에 포함되면서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10개 지점 중 북수원점에서 프랜차이즈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경모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 부회장은 "결국 (MBK가) 홈플러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목적이 없다는 점이 이번 조치에서 명확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수원점은 임대료 대비 매출이 충분히 잘 나오는 매장"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가 (계약 해지의) 기준이 아닌 것 같다. 홈플러스 측은 임대료가 과하다고 판단되는 지점들은 가차 없이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장사가 잘 되는 매장까지 정리한다는 것은 앞으로 매장 수가 줄어들고, 결국 회사 자체의 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라며 "이는 일종의 '털고 나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 10개 점포에 대한 명단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