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발표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지속적인 성장에 밀려 실적 부진을 타개하지 못했다. 10년 전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재무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고,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최근 신용평가에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이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 번도 채무불이행을 한 적이 없어 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12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이마트 다음으로 점포 수가 많다. 직원 수는 약 2만 명에 달한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에 있는 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도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지속 ▲중단기 내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 여력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MBK파트너스로 지난 2015년 7조 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가 지속된 2021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3년 연속 연 1000억~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연 309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6년 142개였던 매장은 현재 126개로 줄었고, 매출도 2014년 7조 원대에서 지금까지 줄곧 6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유통업계의 트렌드에도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

점포 매각 자금을 온라인, 시설 등에 재투자하지 못하고 인수 자금 상환으로 쓰면서 온라인 투자 비중을 늘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유통업계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6년 32.4%에서 2024년 50.6%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에 오프라인 매출에서 대형마트의 비중은 23.8%에서 13.5%로 줄었다.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6조 원을 넘지만 임대료 등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2조 원 정도다. 홈플러스가 직접 보유한 56개 점포의 부동산 감정평가액(4조 7000억)의 절반 정도로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지난해 11월까지 3분기 기준 가결산 적자도 1571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지난해 11월 말 총차입금은 5조 4620억 원, 부채비율은 1408%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말 기준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실제 금융부채는 2조 원 정도라고 밝혔다. 부채비율은 1년 전 대비 1506% 개선된 462%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홈플러스 가양점 전경. 정기홍 기자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예방적 차원"이라며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 영업은 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회생절차 개시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된다.

협력업체와의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되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 지급된다.

홈플러스는 "회생결정으로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면 현금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며 "매월 1000억 원의 잉여현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126개 중 70개 점포를 빌려 쓰는데 임대료로 월 300억~400억 원이 나간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삼성홈플러스’로 영업을 시작했다. 2년 뒤인 1999년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이 넘어갔었다. 하지만 2014년 테스코에 분식회계 논란이 일면서 매물로 나왔고 2015년 MBK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