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SNS 등에 열차를 탔던 시민들의 현장 경험담과 목격담이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31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3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소화기로 불을 진화한 뒤 철로 터널을 따라 긴급 대피했고, 방화 피의자 A 씨는 여의나루역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다행히 사망 등 크게 다친 승객은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들에는 당시 5호선을 타고 있던 승객들의 긴박했던 상황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승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5호선 화재 지하철에서 방금 탈출했습니다'란 제목의 글과 함께 새카매진 마스크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승객이 '5호선에서 탈출했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린 마스크 사진. 오른쪽은 승객들이 긴급히 터널로 대피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방 대원들이 출동한 가운데 지하철 승객들이 뜀박질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이 승객은 "제일 앞 칸에 앉아서 가고 있는데 뒤 칸에서 사람들이 '불났어요' 하면서 엄청나게 몰려 달려 오더라"며 “지하철이 긴급 정차하고 뒤에서 까만 연기가 몰려와 '문 열어, 빨리 문 열어!'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했다.
그는 이어 "이러다 질식사 하는구나 하는 공포가 몰려왔다. 곧 이어 문이 열려서 철로로 뛰어내려 다음 역까지 달렸다"고 했다.
X(옛 트위터) 등에서는 "5호선 5호선 타고 있는데 불났다고 한다. 너무 무섭다", "열차가 멈춰서 안 간다"는 등 현장 상황을 올렸다.
화재 당시 비상탈출 레버를 내려 직접 문을 열었다는 한 남성은 연합뉴스TV에 "열차 맨 앞 칸에 탔는데 여의나루역에서 출발한지 얼마 안 됐는데 뒤쪽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왔다"며 "깜짝 놀라 흉기 난동인가 싶었는데, (승객들이) 기관사 쪽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다고 하더라"고 당시 긴박했더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앞서 매캐한 냄새가 났고 1~2분 후 가득 찰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기가 천장을 타고 밀려 들어왔다"며 "열차가 멈춘 후 안내 방송은 없었고 승객들이 소리쳐 '멘붕'이었다"며 "문을 열고 철로로 뛰어내려 모두 마포역까지 뛰었다. 이 과정에 안내 인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피의자 A 씨는 기름통을 들고 열차에 타 라이터형 토치로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오전 9시 20분쯤 완진됐으며 승객 15명이 연기 흡입과 경미한 찰과상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열차 안에 한 승객이 시너를 뿌려 불을 질렀다"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