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미국의 오픈 AI사(社)에서 개발한 생성형 챗GPT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6개월이 지났다.
에세이도 훌륭하게 뚝딱 써주고, 전문가 못지 않게 그림도 척척 그려내고, 그 어렵다는 코딩도 대신해 주는 생성형 AI, 기존의 AI와는 차원이 다른 이 AI에 세상은 경악했고 열광했다.
출시 2개월 만에 지구촌 실사용 가입자 1억명을 돌파, 틱톡(9개월), 인스타그램(2년)을 제친 건 단적인 예다.
컴퓨터의 등장, 스마트폰의 출시에 이어 또한번의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가 밀어닥칠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지금까지 일생에 걸쳐 경험한 2번째 혁명적 기술 혁신(첫번째는 1980년 이용자가 그래픽을 이용해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MS 윈도 등 운영체계(OS)인 그래픽 사용자 환경(GUI))”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생성형 AI가 기존의 모든 산업을 재창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급기야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AI의 출현이 예상(미국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AI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측하는 시점을 2045년으로 내다봄) 보다 앞당겨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두려움도 번지고 있다. 한편에서 AI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도대체 챗GPT 출시 6개월만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고, 또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가 챗GPT, 챗GPT 이야기 하지만 이것의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가?
앞으로 나의 일자리를 포함해 경제 산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미래 세대의 교육은? 우리 사회는? 아니 인류의 미래는? 의문에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 6월 7일 발행한 <디지털 인사이트 2023>에 실린 ‘챗GPT 등장, AI as an Infra로서의 출발점’을 중심으로 챗GPT가 불러온 충격과 파장, 활용법, 그리고 미래 변화 등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1. 챗GPT 무엇이고,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에 척척 답변하는 챗GPT는 흔히 AI의 발전단계에서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정말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의 코 앞까지 이미 당도한 걸까?
이에 대해 NIA의 디지털 인사이트 2023은 “현 시점에서 대표적인 AI인 챗GPT는 NAI(약인공지능)에서 GAI(범용인공지능)로 전환되는 구분선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NAI(약인공지능)는 이미지 인식, 언어 번역 등 특정 작업 및 문제 해결에 쓰이는 좁은(Narrow) AI이고, GAI(범용인공지능)는 특정 분야와 관계 없이 인간 수준의 지적 작업이 가능한 보편적(General) AI이다. GAI 다음 단계는 모든 인지 영역에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Super) AI이다.
그렇다면 이제 AI는 단순히 특정 분야에서 패턴 인식을 하거나 대상 분석을 하는 수준을 지나, 사람이 쓰는 언어의 일반적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의 문턱을 막 넘어섰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진단이 맞다면 앞으로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아직 SAI(초인공지능) 수준에는 한참 모자라고, GAI 단계의 초반 도입부를 막 시작한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챗GPT는 어떤 GAI를 지향하고 있는 것일까? 말 그대로 인간과 똑같이 말하고 쓰고 생각하고 느끼는 AI를 구축하는게 목표일까?
전문가들은 챗GPT가 기존의 챗봇(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적절한 기능 안내와 대답을 해주는 로봇)과는 차원을 달리하는데, 그 이름에서 앞으로의 발전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성형(Generative) 사전 학습된(Pre-Trained) 트랜스포머(Transformer)의 약자인 GPT가 그것이다.
NIA의 디지털 인사이트 2023에 실린 '챗GPT 등장, 인프라로서의 AI 출발점'에 따르면 먼저 생성형이라는 말은 판단과 식별 차원을 넘어 인간처럼 무엇인가를 생성해 가치를 창출하고 활동영역을 더 넓혀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CNN(합성곱 신경망), RNN(순환 신경망)과 같은 식별 또는 판별의 AI를 넘어서 생성형 AI모델이 등장이다.
대표적으로 GAN(생성적 대립 신경망,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다. 실제 데이터와 유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생성자'와 만들어진 것을 평가하는 '판별자'가 끊임없이 대립해서 성능을 개선하는 GAN 등의 등장으로 AI의 역할이 판별, 분류에서 생성으로 확대됐다.
생성형 AI는 사전에 축적된 다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훈련해 문장 생성, 번역 등 다양한 자연어 처리 작업을 수행해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다.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도록 설계된 기존 AI와는 달리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 등의 여러 형태로 새로운 콘텐츠 생성을 최적화한다.
둘째 사전 학습된(Pre-Trained)건 보편형이라는 뜻이다. 즉 사람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기본 지식을 배우고 대학교에서 전공 선택을 한 뒤 졸업후 직장에서 전문 분야로 진출 하듯이 AI가 기본 지식을 미리 습득하고 향상시켜 보편적으로 확대시켜 간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목적이나 분야의 교육만이 아니라 기초적인 지식부터 쌓아서 그 범위를 점차 넓혀 간다는 의미의 보편형이라고 보면 된다.
세번째 트랜스포머는 그 특징을 멀티모달(Mult-modal, 다모드형)로 설명한다. 트랜스포머는 데이터를 순차적 방식(단어의 순서)으로 처리하는 기존의 순환 신경망식 언어모델(RNN)의 한계를 언어 처리의 '병렬화'를 통해 극복했다. 이 덕분에 단어와 단어, 단어와 문장 관계에 따라 의미들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져 사람처럼 언어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3 '챗GPT 등장, 인프라로서의 AI 출발점' 은 이와 관련해 “입력과 출력을 순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는 특수 목적 보다는 더 일반적이고, 인간과 같거나 그 이상을 넘어서는 분야로 진화하도록 그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자료는 이어 생성형, 보편형, 다모드형을 특징으로 하는 AI는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완성도를 높여 사람의 두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GAI로 거듭나면서 인간, 사회, 경제의 다양한 요구와 혁신을 지원하는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AI가 고도화되면 인간의 지식과 재능을 넘어서는 ‘초지능화’(사람들의 일상 스케줄, 건강, 금융 활동을 최적화된 방식으로 추천하는, 초개인화된 일상 경험), 디지털 또는 물리적 현실의 시공간적 제약을 없애고 연결시켜 무한 확장을 지원하는 ‘초확장화’, AI가 사물인터넷(IOT)와 결합해 세상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빈틈 없는 사회 안전망, 초효율적 생산 공급망을 지원하는 ‘초정밀화’된 세상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자료는 “AI가 가능케 할 초지능화, 초확장화, 초정밀화의 미래는 긍정적인 부문만 있는게 아니다”고 지적한다.
"AI와 공존하는 일상 속에서 AI의 권리와 존엄성을 어디까지 인정해 줘야 하는지, 단순 판별을 넘어 생성으로 진화해 가면서 AI 스스로 결정하게 놔두는 것이 맞을까 하는 윤리 문제, AI가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현실에서 개인 정보 문제와 데이터 보안은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 AI 정보 처리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탄소 배출로 기후 위기의 핵심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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