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법 합의 무산···내일(1일)부터 현수막·유인물 막 걸 수 있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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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11:24 | 최종 수정 2023.07.3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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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부터 누구든지 아무 데서나 선거 현수막을 걸고 선거 유인물을 배포할 수 있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선거법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7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여야의 법 개정 합의가 무산돼 1일부터 관련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무런 법적인 규제와 기준이 없어져 선거 때 무법천지가 될 우려가 커졌다.
31일 헌재와 국회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7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이나 그 밖의 광고물, 문서·도화 등을 게시할 수 없고,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을 제외하고는 어깨띠 등 표시물을 사용해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 ‘선거운동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180일이나 되는 금지 기간을 줄여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회는 정치개혁특위에서 180일을 120일로 줄이는 개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여야 대립 속에 통과가 무산돼 8월 1일부터 이 조항들이 효력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아무런 규칙이나 기준이 없어 누구나 현수막을 내걸고 유인물도 뿌릴 수 있게 돼 선거 현수막과 광고물이 난립하고 정치 집회가 넘쳐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더욱이 전국에서 무분별하게 정치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국회가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특히 돈 많은 후보는 현수막을 더 많이 걸 수 있어 공정한 선거 원칙도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의 선거법 합의 실패는 현수막이나 유인물 배포안의 문제가 아닌 선거 기간 중에 선거 집회의 자유 허용 범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헌재가 사실상 거의 모든 집회를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여야는 집회를 무제한 허용하는 대신 ‘30인 인원 제한’을 마련했다. 하지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30명 인원 제한이 헌재 취지에 부합하느냐” “30명과 31명 차이가 뭐냐”는 여당 측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전체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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