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신임 회장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65)이 맡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했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한국경제인협회로의 명칭 변경과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 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22일 취임한 류진 전경련 신임 회장이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지난 2017년 2월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기존 한국경제인협회 회원사인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4대 그룹의 15개 계열사는 회원사로 자동 재가입됐다. 4대 그룹은 전체 회비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경련의 전신으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1961년 설립했다. 이후 1968년 전경련으로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졌다.
다만 삼성증권은 전경련에 재가입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인협회 명칭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하는 다음달 중순부터 공식 사용할 전망이다.
류 회장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39대 회장에 선임됐다.
2001년부터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해 온 류 회장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과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이사를 맡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하다.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55년 전경련 역사를 뒤로하고 ‘한경협 시대’로 나아간다.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요 7개국(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이 우리의 목표여야 한다.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는 데 앞으로 출범할 한경협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이어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이 회원에서 탈퇴했었다.
4대 그룹은 전경련 회원사로 복귀했지만 정경유착의 모습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
류 회장은 신뢰 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그 첫걸음으로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겠다”면서 “단순한 준법감시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윤리헌장도 공개했다. 향후 한경협(사무국)과 그 구성원이 지켜야 할 윤리헌장엔 △외부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등 기존 경제단체에선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담겼다.
류 회장은 향후 전경련의 모델로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같은 싱크탱크 형식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헤리티지재단도 좋지만 미국 CSIS를 생각하고 있다”며 “중립적이고, 모든 분야 이슈를 다루며, 필요한 정보를 (회원사에) 많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CSIS는 초당파적인 연구 성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 싱크탱크다.
향후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싱크탱크였던 한경연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25명이던 박사급 연구원이 현재 6명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