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이재명 부산대에서 서울대 이송 부적절" 비판

"응급환자와 외상환자는 지역 내 골든타임이 더 중요"
"의료적 판단에 의해서만 병원 이동 이뤄져야"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03 18:34 | 최종 수정 2024.01.04 03:52 의견 0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3일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사건에 대해 "중증 외상 환자를 포함한 응급환자는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2일 부산 가덕도에서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피격된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곧바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의료진 권유에도 불구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장에서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원했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겸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제공

그는 응급의학과적인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경찰, 소방청, 부산대병원 등은 이 대표의 이송 과정에서 협조가 잘 됐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신고를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23분이 걸렸다. 헬기를 이용해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은 빠른 응급의료체계가 잘 작동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의료 이용 행태는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적인 관점에서 불필요한 전원으로 국민들이 지방의료를 더욱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증 외상이 의심되는 환자, 신속하게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지침에 따라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119구급대가 이송했더니 가족이 원한다고, 잘 하는 곳으로 이송한다면서 먼거리에 위치한 대학병원,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교수는 정치와 진영을 떠나 응급의학적 관점에서의 입장임을 전제로 “이런 식이라면 어느 국민이 지역의 병원들, 그것도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너도나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 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우리나라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지역 의대, 공공 의대 신설과 지역 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의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방에서 살면 무조건 지방에서만 진료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시간을 다투지 않는 의료 분야, 대표적으로 미용이나 만성 질환, 심지어 암 진료에서 우리 국민의 병원 선택권은 현재 무한대"라며 "지방에서 암 분야 진료를 위해 서울 원정진료를 오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과 중증 외상 환자는 해당 지역내에서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중증 외상 환자를 포함한 응급환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며 "현장에서 응급의료기관 이송 결정은 119구급대원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응급의료기관에서 만약 수술, 시술, 입원이 어려운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진 판단에 따라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사전 연락하고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전원 절차를 통해 전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