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권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의 완전 탈출해 새로운 성장형 경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 증시인 닛케이지수가 사상 처음 장중 및 종가 기준으로 모두 4만 선을 돌파한 4일 하야시 요시사마(林芳正) 관방장관은 "일본 경제 변혁을 위한 대책에 시장 관계자를 포함해 긍정적 평가가 있다는 것은 매우 든든하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금을 저축에서 투자로 돌려, 기업이 성장과 투자에 사용하고, 그 결실이 다시 가계에 돌아가 더 많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경제를 선반영한다고 한다.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1989년 12월 29일 이후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일본 경제가 30여년 침체의 터널을 지나,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기시다노믹스(기시다 정권의 반도체 육성, 디지털 전환 등 성장 정책 & 기초체력 중시 경제 정책)'에 힘입어 일본 경제가 부활의 본궤도에 올랐는지 여부는 차치하자.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들의 가세로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아직 경제성장률이 이를 뒷받침한다거나, 자산가치 상승이 실질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보이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제통화기금(IMF)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경제성장률은 2024년 0.9%(한국은 2.3%), 2025년 0.8%(한국은 2.3%)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30여 년만에 일본경제가 부활하고 있다느니, 반전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느니 호들갑을 떨기 전에 실물경제의 '점프'로 이어지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지만, 어찌됐든 분위기가 좋은 건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활황세는 3박자의 호재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인공지능(AI)으로 다시 한번 수요가 급증하는 반도체 종목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2)엔저의 수혜를 입은 일본 수출 대기업의 호실적, 3)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에 따른 일본 안팎의 자금 유입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구체화하면서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종목의 랠리가 이어지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그대로 동조효과를 일으켜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는 최대 요인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일본 증시를 이끄는 '사무라이 7'로 꼽은 대형 기술기업 가운데 4곳이 반도체 관련 업체다.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도쿄일렉트론, 반도체 소재 부품 기업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등이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스크린홀딩스의 주식은 63%, 도쿄일렉트론이 56% 각각 뛰었다.
나머지 3곳은 수출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자동차 업체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다.
사실 기시다 정부는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목표 아래, 남쪽 규슈 지방에서부터 북쪽 홋카이도섬에 이르기까지 열도 전역에서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있다.
정부 자금과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기술을 결합,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만 TSMC는 지난 2월 24일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제1공장을 준공, 양산 단계에 돌입했는데, 약 1조엔의 투자금 중 일본 정부가 절반에 가까운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을 보조금으로 댔다. 또 절차 간소화를 통해 통상 4~5년 걸릴 공사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켜 줬다.
이에 고무된 TSMC는 연내 구마모토에 제2공장 건설을 건설, 2027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북쪽 홋카이도에선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등 일본 대기업 8곳의 컨소시엄 '라피더스'가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뛰고 있다. 기시다 정부는 앞으로 반도체 투자지원금을 10조엔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엔저 장기화로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점도 증시 상승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없는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상장 기업의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22년보다 14%가 늘어난 43조 5,000억엔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1위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2023년 회계년도에 사상 최대인 4조5,000억엔(40조원)의 순익이 예상된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도 지난해 말 대비 41% 올랐다. 미쓰비시 상사 역시 45%가 상승했다.
이와 함께,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주주환원 정책(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강화하는 등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점도 외국인 투자를 빨아들이면서 디플레 탈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한미일의 주주환원율을 분석한 결과(2022년 말 기준)닛케이 225가 108.5%로 한국(26.7%)는 물론이고 미국 S&P500(84.3%)보다도 높았다. 최근 중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로 대거 몰리는 또 하나의 배경으로 보인다.
물가는 이미 오를만큼 올랐고, 더불어 임금도 상승할 수 있다는 있다는 기대감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지난해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 1982년 이후 41년 만에 큰 폭으로 올랐고, 올해 1월에도 역시 2.0%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늦어도 4월에 2016년부터 이어져온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지난달 “디플레가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기시다 총리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직접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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