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은퇴 전국 투어 첫 인천공연서 "서운해 할 때 떠나겠다"

정기홍 승인 2024.04.29 11:31 | 최종 수정 2024.04.29 12:14 의견 0

이 시대의 불세출의 가수 나훈아가 은퇴 투어 첫 무대에서 데뷔 58년간의 마무리 발언을 했다. "서운해 할 때 떠나겠다"고 했다.

나훈아는 지난 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전국투어의 첫 인천 공연을 가졌다. 초청 가수 없이 22곡을 2시간 25분간 혼자 소화해 77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렬적인 무대를 장식했다.

나훈아의 인천공연 포스터. 예아라

그는 “인천공연은 이번 이 공연으로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오늘 공연은 앞으로 한 10년은 더 할 것처럼 할 겁니다”고 약속하며 공연을 시작했다.

나훈아는 이날 공연에서 '홍시', '아름다운 이별', '영영', '인생은 미완성', '18세 순이', '황성옛터', '무시로, '마이 웨이', '청춘을 돌려다오', '고장난 벽시계', '기장갈매기', '사내' 등 그의 히트곡들을 불렀다.

'18세 순이'를 부를 때는 분홍색 망사 상의와 주름치마를 입는 파격적 의상을 선보였다. 무대 위에 반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탈의하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오늘 여러분이 본전 생각나지 않도록 옷을 15번 갈아입겠다. 노래도 흘리지 않고 한 소절 또박또박 지키며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관객을 향해선 '앙코르' 대신 우리말인 '또!'를 외쳐 달라, 일본식 '트로트' 말고 '전통 가요'라고 하자고 제안했다.

나훈아는 그동안의 무대 소회도 소개했다.

지난 1997년 전남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끌어안고 노래했던 위문 공연을 "가장 기억에 남는 가슴 뭉클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공연 중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해 협박을 받았던 1996년 일본 오사카 슈퍼콘서트는 "목을 걸어 놓고 했던 공연"이었다고 소개했다.

나훈아는 때만 되면 불거졌던 건강 이상설에는 "지난 2월 스물다섯 가지 피검사를 했다. (너무 건강해) 의사가 깜짝 놀랐다"며 일본어로 된 건강검진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나훈아는 '기장 갈매기' 후렴구인 '띠리'가 나올 때마다 만담을 하는 노래 '공'을 부르며 "요새 정치하는 것들 짓거리가 가당찮으니 국회의사당을 향해 띠리를 외치자",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혼자서 결정하는 이상한 집단인 북한을 향해 띠리를 외치자"고 했다.

그는 공연 마지막 장식곡인 '사내'를 부르고선 "끝까지 자리를 지켜서 (나를) 보내주길 바란다"며 마이크를 드론을 통해 날려 보내고, "고마웠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고서 무대를 내려갔다.

나훈아는 공연 중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 "피아노 앞에 앉지도, 기타도 만지지 않을 것이다. 살짝 옆눈으로도 연예계 쪽은 쳐다도 안 볼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중석에선 "안 돼∼.안 돼~"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어 "안 가본 데 가볼 기다. 안 묵어 본 거 묵어 볼 기다. 다리 멀쩡할 때 내 하고 싶은 거 다 할 깁니다"라며 향후 개인 일정을 상징했다.

나훈아는 1968년 '내 사랑'으로 데뷔했다. 독보적인 가창력은 물론 남다른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면서 왜 나훈아인가를 증명해왔다.

그동안 만들고 부른 곡은 무려 1200곡 이상으로 '가황' 별칭이 붙었다.

근자에는 2020년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내세워 세태를 비판한 '테스형'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2월 편지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따르겠다며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라고 은퇴를 시사했다.

이번 은퇴 투어는 인천 공연 이후 ▲5월 11일 충북 청주 석우문화체육관 ▲18일 울산 동천체육관 ▲6월 1일 경남 창원체육관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 ▲22일 강원 원주 원주종합체육관 ▲7월 6일 전북 전주 전주실내체육관 등에서 열린다.

오는 30일 예매하는 전주를 제외하고 13회차 공연은 예매 수 분만에 매진됐다.

이번 공식 은퇴 투어 말고 올해 하반기엔 서울을 포함해 공연은 추가 예정돼 있다. 가요계에선 올해 말 서울에서 은퇴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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