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300만 명 돌파...경총 "업종별 차등 필요"

임지연 승인 2024.05.18 09:07 의견 0

지난해 시급 9,620원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임금 근로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사 및 육아 도우미, 농림어업 등 일부 업종,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는 현 수준의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지난해 최저임금도 못받는 근로자가 3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법적으로 보장된 쉬는날(유급휴일)까지 계산하면 53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총은 밝혔다.


특히 이같은 계산은 법정 유급주휴시간(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이 넘는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주어지는 유급 휴일)을 뺀 것으로, 이를 반영하면 우리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약 533.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황이 나빠진 건, 물가 및 명목임금 수준보다 훨씬 높은 인상률이 지속적으로 누적 되면서 최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시장의 수용성이 크게 낮아진 탓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가 통계청 원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2023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액인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는 301.1만 명으로 2022년보다 25만 명 이상 늘었다.

최저임금도 못받는 근로자가 지난해 다시 3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총 자료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못받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도 2022년 12.7%에서 13.7%로 1.0%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 미만율 산출 방식은 지불받은 임금을 주휴시간을 뺀, 실근로시간으로만 나누고 있어, 시급은 과대 추계하고 미만율은 과소 추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가령 근로자 P씨가 지난해 주 20시간을 일하고 20만원의 임금을 받았다면, 현행 방식으로는 시급 1만원을 받아 최저임금 미만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시간(4시간)을 감안한 시급은 8,333원으로 최저임금을 밑돌게 된다것이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도 못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농림어업이 가장 높았고, 수도·하수·폐기업이 가장 낮았는데 그 편차가 최대 41.2%포인트에 달했다. 경총 자료


법상 강제되는 유급주휴시간이 반영되지 않는 현행 최저임금은 2018~2019년 두 해 동안 30%에 육박하는 29.1%(2018년 16.4%↑, 2019년 10.9%↑)의 인상률을 보이면서 2019년 최저임금을 못받는 근로자 수는 338.6만 명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줄어들면서 2022년 275.6만명으로 300만 명을 밑돌았으나, 2023년에는 다시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01년에는 4.3%에 불과한 최저임금 미만율이 2023년에는 13.7%로 대폭 높아진 건, 급격한 인상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와 명목임금은 각각 69.8%, 159.2% 인상된 반면 최저임금은 415.8%나 올라 물가의 6배로, 명목임금의 2.6배에 달했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좁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을 봐도 97.9%에 달해 물가상승률(20.0%)의 4.9배로, 명목임금(37.7%)의 2.6배나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2019년 이후로 한정해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15.2%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2.2%)과 명목임금 인상률(13.2%)에 비해 더 높았다.

최저임금 미만률은 업종별, 규모별로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최저임금은 415% 올라 물가 상승(69.8%)의 6배에 달했다. 경총 자료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를 간과한 최저임금의 일률적 인상으로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정보통신업(2.4%), 전문·과학·기술업(2.1%) 등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수도·하수·폐기업은 1.9%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021년 기준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이 한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높았다. 경총 자료


경총 하상우 본부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로 그 자체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법정 유급주휴시간까지 고려하면 24.3%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일부 업종과 규모의 사업체에서는 심각하게 높아 현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기간 최저임금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며 "업종에 따른 경영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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