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티몬과 위메프의 자본잠식에 따른 판매자 정산금 지급 지연으로 촉발된 고객 '환불 불가' 사태가 현실화 됐다.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PG(결재대행사)들까지 발을 빼면서 일반 고객들이 신용카드 결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PG사들은 전날부터 숙박권, 항공권, 여행패키지 상품, 각종 티켓, 물품 등 기존 결제 건의 취소, 신규 결제를 모두 막았다. 따라서 이미 지불한 금액을 결제한 신용카드로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백화점, 홈쇼핑 등의 소비재 판매도 중단되고 있다.
특히 위메프를 운영하는 큐텐그룹 계열사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들에게 정산일 전 정산금만큼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전날부터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 중단했다.
선정산 대출은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받고, 정산일에 e커머스가 정산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e커머스는 통상 상품 판매 후 정산까지 길게는 몇 달 걸려 자금이 필요한 판매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이에 따라 최근 판매 대금 정산 지연으로 판매자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현대홈쇼핑,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19일을 전후해 위메프, 티몬에서 판매를 철수했다. 큐텐이 운영하는 AK몰에서만 판매 중단이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는 판매자들이 빠져나가면 상품 대금 지급 돌려막기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고 결국 자금 흐름이 경색되는 악순환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와 eBay가 공동으로 벤처 형식으로 세운 회사다.
구 대표는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지오시스 유한회사를 2012년 오픈마켓 큐텐으로 바꾸었다.
이후 그는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이후 ▲지난해 3월 인터파크쇼핑, 4월 위메프 ▲올해 2월 위시, 3월 AK몰을 사들였다.
티몬과 인터파크쇼핑, 위메프 인수에만 6000억 원 정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위시 인수에는 2300억 원을, AK몰에는 5억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재무상태와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구 대표가 관련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자 업계에서는 큐텐의 쇼핑몰 상품 배송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말도 나왔다.
티몬은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유동자산은 1309억 6000여만 원인데 유동부채가 7193억 3000여만 원이었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는 3098억 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부도 우려마저 제기된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 큐텐그룹 계열사의 파트너사는 6만 개 정도다.
이들 3개사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으로 6조 9000억원이다. 자금 경색으로 대금 지급이 전면 중단되면 파장이 적잖아 금융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일 큐텐그룹 e커머스 계열사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남은 자산 등을 조사한 뒤 이를 처분해 채권자, 즉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 등에게 배분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한편 구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귀국해 해결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구 대표가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 계열사 내 합병을 통한 사업구조 효율화, 고강도 구조조정 등이 방안으로 거론된다.
큐텐그룹 관계자는 “정산과 환불 절차를 모두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지급된 정산대금이 얼마인지, 판매자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소액 판매자 정산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으며 규모가 큰 판매자 대금 정산을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위메프·티몬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일단 미수금 정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로펌은 파산에 대비해 내용증명부터 발송하라며 집단 소송 참여를 안내하고 나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사태와 관련해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여서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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