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대표팀이 말 그대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혈전을 치르고서 2024 파리 올림픽 혼성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결승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 독일전에서 자기보다 체급이 위인 상대 선수들과 연장전으로 치르며 딴 동메달이어서 국민들은 금메달보다 더한 박수를 아낌없이 쳐주었다.

한국은 3일 밤(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과 연장전 승부 끝에 4-3으로 이겼다.

2020 도쿄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 단체전은 남자 3명(73㎏급·90㎏급·90㎏ 이상급)과 여자 3명(57㎏급·70㎏급·70㎏ 이상급)이 참여하는 경기다. 한국은 도쿄에서 첫 라운드 탈락과 함께 9위에 머물렀다.

안바울이 연장에서 독일의 이고르 반드케를 집중 공격한 뒤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직후 반드케는 지도 1개를 받으면서 지도 3개로 반칙승을 거두었다. 안바울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무려 15분가량을 메트에서 초인적으로 뛰었다. SBS 중계

승리는 악전고투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었다.

한국은 3-1로 이기고 있었으나 남자 66kg급 안바울(30·경기 남양주시청)이 한 체급 위인 73kg급 이고르 반트케를 상대로 9분 38초 접전 끝에 석패했고, 이어 김지수(24·경북체육회)가 부트케라이트에게 35초 만에 한판패를 당해 3-3 동점이 됐다.

동점이 되면서 추첨으로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전 출전 선수는 룰렛으로 체급에 관계없이 무작위 추첨해 뽑는데 하필 이 경기에서 9분 넘게 사투를 벌여 체력이 거의 소모된 안바울이 선택됐다. 상대도 앞서 싸운 한체급 높은 이고르 반트케였다.

앞선 안바울은 준결승에서도 한 체급 위인 73㎏급 무로존 율도셰프와 정규시간(4분)의 세 배가 넘는 12분 37초 동안 싸우기도 했다.

당연히 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안바울은 오히려 적극 공격으로 상대인 반드케를 당황하게 만들면서 체력으로 몰아붙였다. 공격을 막아내기 바쁘던 이고르 반드케가 결국 지도 3개를 받으면서 안바울이 5분 25초만에 반칙승을 거뒀다.

안바울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만 무려 15분 가량 경기했다.

동료들은 메트로 뛰어 들어와 극적으로 동메달을 딴 패배를 기적의 승리로 바꾼 안바울을 껴안고 연신 고마워했다.

안바울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은메달,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 이날 단체전 동메달로 한국 유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입상하는 기록을 썼다.

그는 "여기(경기를 한) 선수들 말고도 함께 훈련한 모든 선수가 진짜 많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 힘을 내야 하고, 무조건 이겨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며 "오랜 시간 한국 유도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고 또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세 번이나 나와 다 메달을 따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유도는 이날 단체전 동메달 외에도 개인전 은메달 2개(허미미·김민종)와 동메달 2개(김하윤·이준환)로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남녀 모두 세대교체가 잘 이뤄져 어느 선수 빠짐없이 고루 활약했다는 점에서 4년 뒤 미국 LA올림픽을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