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화문, 잠실역, 안국역 독도 모형 차례로 없애···서울교통공사 "유동인구 많은 밀폐 장소 대형 사고 예방 차원"

정기홍 승인 2024.08.15 18:47 | 최종 수정 2024.08.15 19:30 의견 0

서울 지하철 역사에 설치돼 있던 독도 모형들이 잇따라 철거됐다.

158명이 압사한 용산구 이태원 참사 이후 밀폐된 장소에서의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모형이 낡았다는 것이 이유다.

15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지하철 8호선 안국역 독도 모형이 철거됐다.

이곳엔 실제 독도의 700분의 1 크기의 모형(가로 1.8m, 세로 1.1m, 높이 0.9m)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래 1호선 종로3가역에 설치됐으나 유동 인구가 많아 이곳으로 옮겼다. 제작비는 2000만 원 정도다.

앞서 지난 5월엔 5호선 광화문역 독도 모형이, 지난 8일엔 2호선 잠실역의 독도 모형이 철거됐다.

지하철 8호선 안국역에 설치됐던 독도 모형. 온라인 커뮤니티

잠실역에 설치돼 있던 독도 조형물. 지난 2015년 촬영 분이다. 네이버 블로그 '아라의 당구홀릭 5'

각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이들 독도 모형은 지난 2009년 서울시의회 독도수호특별위원회가 건의해 만들었다.

당시 일본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란 내용이 실리자 우리의 영토 주권을 알리자는 취지로 이듬해 서울 지하철역 6곳에 독도 모형을 설치했었다.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강남디자인모형'이 제작해 기증한 독도 모형을 시청역, 광화문역, 종로3가역, 잠실역, 이태원역, 김포공항역 등에 설치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설치 당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용 인원이 많은 환승역에 설치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공사는 "유동 인구가 많아 시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모형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선제적이란 말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밀폐 장소에서의 대형 사고를 미연에 예방한다는 차원이다.

잠실역은 10일 별내선이 개통되면서 역사 이용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안국역도 인사동과 경복궁 등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어 통행로 중앙에 설치된 독도 모형을 철거했다는 것이다.

안국역의 독도 모형이 철거된 자리. 온라인 커뮤니티

잠실역 독도 모형이 철거된 자리. 온라인 커뮤니티

공사는 역사 안의 다른 공간으로 독도 모형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철거된 독도 모형은 폐기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측은 시청역과 김포공항역, 이태원역에 있는 독도 모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모형 철거 역에는 독도 모습을 담은 액자를 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나다가 독도 모형을 보는 것도 의미 있었다", "번잡하지 않은 역사에 다시 설치하면 될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독도 모형을 제작해 기부한 강남디자인모형 관계자는 "4~5년 전부터 독도 모형이 낡아 철거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계속 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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