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의 불·편법 사례가 요지경 수준이었다.
감사원은 그동안 진행해 온 선관위 간부들의 자녀·지인 특혜 채용 비리 감사와 관련해 '비리 백태'를 27일 발표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전국 선관위가 지난 10년간 291차례의 경력직 공무원 채용에서 모두 비리나 규정 위반을 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2023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감사원은 2013~2022년 10년간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서 실시한 167번의 경력 경쟁채용을 전수조사 했다. 이 결과, 채용 공고를 내지 않거나 서류·면접 위원을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하고 채용 점검을 하지 않는 등의 규정 위반이 무려 662건이나 적발됐다.
7개 시·도 선관위에서 선관위 고위직 등 직원 친·인척의 위·편법 채용 사례가 드러났다. 주로 고위직들이 채용 담당자에게 자신의 자녀 등의 채용에 편의를 주도록 청탁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2021년 5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선관위에 대규모 경력 경쟁채용을 지시하면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경남선관위에서 자녀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가 접수됐는데 ‘문제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후에도 각 시·도 선관위로부터 직원 자녀들의 채용 사실을 보고받고, 선관위 직원 간 부모·자녀 관계 현황 자료를 직접 작성해 관리했지만 채용 과정을 점검하지 않았다.
입이 쫙 벌어지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서 “선관위는 가족 회사”이고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는 말이 꺼리낌없이 오갔다. 이는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도 마찬가지였다.
2013~2023년 124회의 경력 경쟁채용에서 시·도 선관위와 유사한 규정·절차 위반이 216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처럼 허술한 채용 절차 속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인사 담당자에게 연락해 채용을 청탁하고, 인사 담당자들은 온갖 불·편법으로 특정인을 합격시키거나 배제하는 등 공직 채용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자녀 A 씨를 채용하면서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앙·인천 선관위는 A 씨를 채용하기 위해 결원이 없는데도 경력 경쟁채용 인원을 배정하고, 내부 지침과 달리 전보 제한 없이 채용을 진행했다. 또 공고와 다른 기준으로 서류 심사를 했다.
특히 시험위원을 김 전 총장과 근무한 적이 있는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했다.
A 씨의 전보를 위해 재직 기간 요건을 축소하고,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님에도 지원했다.
중앙선관위 사무차장도 2022년 2월 자신의 자녀가 경력 경쟁채용에 합격하자 직접 전입 승인 결정을 하고도 중앙선관위 관련 부서에 알리지 않았으며,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시인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관위에 채용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인사 담당자 교육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또 위법·부당하게 채용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징계 등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