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해체가 승인돼 해체 작업이 본격화 한다. 운전이 영구정지된 지 8년 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16회 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21년 해체 승인을 신청한 지 4년 만이고, 2017년 영구정지를 결정한 지 8년 만이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국내 첫 상업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1호기는 53년 전인 1972년 건설 허가가 나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이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587메가와트(MWe)급 원전이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해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해체 사전 작업으로 지난해 5월부터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시급한 과제다. 고리 1호기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사용후핵연료를 외부로 옮겨 안전하게 저장할 곳도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사상 첫 원전 해체가 시작되면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미국 외에는 원전 해체를 해 본 국가가 없는 블루오션 시장이다. 철거 과정에서 100종에 이르는 해체 관련 국산 기술을 실전에서 검증해 5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할 기회다. 미국은 방사성폐기물을 광활한 사막에 묻을 수 있어 아직 기술이 고도화돼 있지 않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닌 원전 해체 기술 내재화와 전문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원전의 전 주기 관리체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도록 역량을 총결집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