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27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구속 심사를 연 뒤 오후 9시 57분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며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특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총리실

정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에 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피의자의 경력과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의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두 차례 불러 조사하고, 자택과 국무총리 공관 등을 압수 수색한 뒤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54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는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증거 인멸·도주 우려 등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유가 담겼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 서류 손상, 위증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한 전 총리가 ‘제1국가기관’이자 ‘국정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않고, 오히려 형식적 정당성을 갖추게 하려고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는 것이 특검 시각이다. 한 전 총리는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하자를 덮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위증한 혐의도 받았다.

구속 심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 55분까지 진행됐다. 특검 측에선 김형수 특검보 등 검사 8명이 참여해 160쪽 분량 파워포인트(PPT) 자료와 계엄 선포 당시 한 전 총리 행적이 촬영된 용산 대통령실 CCTV 영상 등을 통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 전 총리는 이날 구속 심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증거인멸 위험도 크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양측 주장을 살펴본 뒤 구속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한 전 총리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박성재 전 국무부 장관 등 비상계엄 선포 전 소집된 다른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