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화학·생리의학 부문 등 올해 노벨상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가 모두 발표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각)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일본 스스무 기타가와(74) 교토대 교수, 호주 멜버른대 교수인 리처드 롭슨(88·영국 출신),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인 오마르 M. 야기(60·요르단 출신)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스무 기타가와(일본), 리처드 롭슨(호주), 오마르 M. 야기(미국) 박사. 노벨위원회
이들 과학자는 ‘금속 유기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은 이날 기타가와 교수에 이어 6일 사카구치 시몬(74)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아 올해 노벨상 2관왕이 됐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부문의 수상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일본은 지난 1949년 유카와 히데키 박사의 물리학상 수상 이후 모두 31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분야별로 보면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 문학상 2명, 평화상 개인 1명, 단체 한 곳이다. 아직 경제학상 수상자는 없다.
화학상을 수상한 금속 유기 골격체는 금속 원자(이온)를 기둥처럼 세우고, 그 사이를 유기 분자로 연결해 만든 결정 구조다. 이 구조 안엔 많은 미세 구멍이 만들어져 공기 중의 가스나 화학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금속 유기골격체를 활용하면 사막의 공기에서 물을 모으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 온난화를 줄일 수 있다. 또 유해가스를 저장한 뒤 없애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특정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도 가능하다.
이 금속 유기골격체는 리처드 롭슨 교수가 1989년 처음으로 만들었다.
당시 금속과 분자를 엮어 다이아몬드 모양의 구멍이 많은 구조를 만들었지만 구조가 너무 약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이후 기타가와 교수가 이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이 구조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했다.
이어 오마르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금속 유기골격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분자 설계를 조절해 물을 저장하거나 가스를 흡착하는 등 특정 기능을 내세운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노벨위는 “이후 세계 화학자들은 수만 종의 금속 유기골격체를 만들었고, 일부는 탄소 포집, 물 부족 해결, 환경 정화 등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인다”고 밝혔다.
노벨 화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가 매년 화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업적이나 발견을 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올해까지 200명이 선정됐다. 올해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 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또 생리의학상은 메리 브런코(64)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시니어프로그램 매니저, 프레드 람스델(65) 미국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시카구치 시몬이 받았다. 이들은 '조절 T 세포'가 신체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실을 밝혀내 면역 연구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왼쪽부터 생물학자 매리 브런코(미국), 프레드 람스델(미국), 사카구치 시몬(일본). 이들은 '조절 T 세포'가 신체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실을 밝혀내 면역 연구 발전에 기여했다. 노벨위
화학상에 7일 발표된 물리학상 수상자에는 존 클락(83) 미국 UC버클리대 명예교수(영국 출신), 미셸 드보레(72)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프랑스 출신), 존 마티니스(67)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이들 수상자는 전기 회로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 현상인 양자 터널링을 파악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노벨위
수상자들은 1984년과 1985년에 특정 조건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 회로를 활용해 실험을 했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층을 삽입한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 구조'를 구현하고 '쿠퍼 쌍(Cooper pairs)'이라는 전자쌍이 절연층을 뛰어넘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노벨위는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어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