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기 준비?'···고려아연, 50년 만에 영풍과 주총 따로 가져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2.20 20:10 | 최종 수정 2023.02.21 10:59 의견 0

고려아연이 50년 가까이 영퓽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해온 정기주총을 한 주 앞당겨 한다. 두 기업이 따로 정기주총을 여는 것은 지난 1974년 창사 후 처음이다.

20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다음달 17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올해 주총을 개최한다. 하지만 영풍은 같은 달 22일 영풍빌딩에서 오전 9시 주총을 열겠단 계획을 관계기관에 보고했다.

영풍·고려아연은 2020년까지 매년 3월 셋째 주 금요일에 정기주총을 진행했다.

고려아연은 관행을 깬 것과 관련해 주주 친화정책일 뿐이며 영풍과 의도적 거리 두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연 2회 배당금을 지급한다"면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일찍 나눠드리기 위해 주총 날짜를 앞당긴 것"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장은 주총 변경을 영풍과의 거리두기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해부터 자사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자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과 일가도 경쟁적으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섰다.

계열분리를 둘러싼 두 집안간의 지분 챙기기란 주장이다.

두 기업간의 관계를 알면 이 같은 주장은 일리가 있다.

영풍그룹은 영풍에서 시작됐다. 1949년 장병희·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설립한 뒤 대를 이어 동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1974년 고려아연이 설립되면서 경영권이 구분됐다.

장 창업주의 후손이 영풍·영풍문고와 전자기기·장치 사업을, 최 창업주 후손은 고려아연과 비철금속 사업을 맡았다.

실적은 최 창업주 일가의 고려아연이 앞서지만, 지배력은 영풍의 장 창업주 일가가 큰 구조다.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26.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 창업주 일가는 최 창업주 일가보다 많은 30% 상당의 영풍 지분을 바탕으로 그룹 지배력을 유지했다.

이 같은 구조 아래서 2세 때까지는 순탄하게 이뤄져왔다.

하지만 두 집안의 독립 경영체제는 3세 경영체제가 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최 회장이 일가와 협력사 등을 통해 자사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LG·한화 등을 포함한 최 회장 일가 우호지분은 28.17%로 높아졌다.

이에 장 씨 일가도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현재 이들의 고려아연 우호지분율은 32.38%로 최 씨 일가보다 4.21%p 앞선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계열 분리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이 1.72%에 불과하고 외부 지분투자 세력을 더해도 장 씨 일가의 지분이 여전히 앞섰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보유 지분이 낮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3세 간 경영권 다툼을 막고 가족 간 결속력 강화를 위해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영풍·고려아연은 계열 분리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종전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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