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행안부 누구의 판단이 맞나?···북한 발사체 발사 관련 재난당국 엇박자 재난문자
'불안' 서울 시민들 포털 접속 폭주로 한때 마비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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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 09:29 | 최종 수정 2023.06.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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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경보 발령'(서울시)→'오발령'(행안부)→'경계경보 해제'(서울시)
북한이 31일 아침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우주발사체와 관련, 우리의 재난 당국이 서로 다른 대응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마저도 대응이 늦어 범국가적인 재난 대응시스템 난맥상의 재점검이 시급하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41분 문자로 '경계경보 발령'을 먼저 알렸다. 이에 22분 후 행안부는 오발령임을 문자로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는 '경계경보가 해제됐다'는 추가문자로 마무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41분 '오늘 6시 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 직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탓에 긴장감이 고조돼 있었다.
몇 분이 지나자 서울 시내 곳곳에 사이렌 경보가 울렸고 알아듣기 어려운 방송 음향이 관공서의 스피커를 통해 퍼져 나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면서 네이버 모바일 버전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이보다 한참 늦은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오전 6시 41분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린다'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시민들은 첫 재난문자가 출근 시간대에 온 탓에 출근을 해야하는지를 놓고 헷갈리고 긴장했던 터라 20여분 후에 수신된 오발령 문자를 보면서는 더 황당해 했다.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정 모(29) 씨는 "갑자기 발생한 경보에 TV를 틀고 진짜 재난상황인지 체크하면서 '회사를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오발령이라니 어이가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서울시는 이어 오전 7시 25분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란다'는 문자를 보내 시민들을 다시 어리둥절하게 했다.
시민들은 당국의 엇박자 알림에다가 대피를 알리는 안내도 구체적이지 않고 서울시는 12분 정도, 행안부는 20여분이나 늦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강서구 최 모(59) 씨는 "2천만 수도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 진 재난 대응 당국이 이렇게 엇박자를 내도 되는지 싶다"며 "신속하지도 않아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혀를 찾다.
그는 "특별한 내용 없이 '대피하세요'라고만 적기돼 있어 이게 뭔가 싶었다. 빨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했으면 좋겠다. 내용을 알아야 적절히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박 모(58) 씨도 "32분에 발사했다고 해놓고 42분에 경보를 주면 이미 다 죽은 다음에 경보가 울린 것 아니냐"며 "대피를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아 궁금하고 헷갈렸다"고 했다.
그는 "오발령 문자를 받은 뒤에는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앞으로 재난문자를 받아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질타했다.
노원구의 한 시민은 "민방위 방송이 나왔는데 트럭 과일장수 방송만도 못한 수준이어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며 "민방위 방송 설비 점검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위성발사체의 발사가 며칠 전부터 예고돼 있었는데도 서울시와 행안부간에 이에 대한 정보 공유가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갖는다.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보낸 시간에는 위성발사체가 서울에서 서쪽으로 250㎞ 정도 떨어진 서해바다 상공을 통과한 뒤였다. 서울시가 발사체의 비행 궤도에 대해 정부로부터 어떤 정보도 공유 받지 못했거나 공유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의미다.
북한이 발사체(미사일, 위성)을 쏘면 공군작전사령부가 1분 안에 탐지해 속도와 예상 비행 경로, 낙하 지점을 계산해 전용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육해공군과 정부 기관 등에 통보한다. 이어 행안부 중앙경보통제소는 통보를 받은 정보를 정리해 각 시·도 경보통제소에 한꺼번에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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