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5곳 확인하고도 발표 제외…“전체 임원 사직서 받겠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8.11 14:11 의견 0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 아파트 단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때 철근이 누락 아파트 단지 5곳을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LH 출신의 '전관 예우'를 연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량판 구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경영적 판단하에 추가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진주 본사 전경. LH 제공

이 사장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이 있는 단지 중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단지가 기존 발표된 15곳 말고도 5곳이 더 있어 총 20곳이라고 밝혔다.

앞서 LH는 지난달 30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LH 발주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었다. 5곳을 의도적으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는다.

이 사장은 “당시 LH 담당 직원들이 스스로 경미하다고 판단해 본인들이 자료를 뺀 것이라고 최근에야 들었다. 너무도 안일하고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H는 또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으나 전수조사에서 1개 단지가 추가로 누락된 점도 확인했다. 지난 9일 단지 10개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추가 누락 단지가 나온 것이다.

이 사장은 "20개 단지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며 주민 협의 하에 신속한 보강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간이 설계·시공 한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 70곳과 ‘재개발 사업’ 3곳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9개 지구에 대해서는 민간 사업자와 협의해 조속히 긴급 정밀 점검을 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일련의 의구심과 관련해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새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뜻에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임명됐다.

그는 이어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권한과 조직을 축소해 작지만 강한 조직,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며 “제가 CEO로 있는 한 변함없이 인적 쇄신과 함께 조직 혁신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의 원인은 LH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일부 기인한다”며 “2009년 10월 1일 통합 이후 14여 년이 흘렀지만 조직의 지나친 비대화로 보고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부 직원 중심으로 통합 전 주택공사, 토지공사 출신별 각 직렬·직종별 칸막이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문화가 만연해 외부의 힘에 의한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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