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남매 맏이 고고생이 자전거 훔친 말을 듣고 보니···

정기홍 승인 2024.02.25 23:31 | 최종 수정 2024.02.25 23:45 의견 0

한 고등학생이 6명 동생들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자전거를 훔쳐 급히 타고 집에 갔다가 지구대를 찾아가 절도 사실을 고백한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찰은 이 학생의 어려운 가정 사정을 듣고 지자체와 함께 가족이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5일 경기 오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고등학생 A 군이 오산의 한 지구대를 찾아 자신이 자전거를 훔쳤다고 고백했다. 이 지구대엔 이틀 전인 18일 A 군이 훔쳤던 자전거 분실 신고가 접수돼 있었다.

자전거보관소. 경북 경주시

A 군은 자전거 절도에 대해 “평소 친구가 타던 자전거와 비슷하게 생겨 친구의 자전거로 착각했다. 잠시 빌려 타려고 한 것인데 뒤늦게 다른 사람의 자전거라는 사실을 알고 돌려주고서 경찰에 찾아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일을 끝내고 귀가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 빨리 동생들 밥을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서두르느라 자전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A 군의 사연을 들은 지구대는 사건을 상급 기관인 오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이관했고, 담당 경찰은 A 군 진술에 나온 가정 형편에 주목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6남 1녀의 다자녀 가정의 장남이었다.

아버지는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어머니는 심부전과 폐질환으로 투병 중이어서 A 군이 생후 7개월 된 젖먹이를 포함해 유치원생, 초등생, 중학생 등 동생 6명을 사실상 도맡아 돌봤다. 모두 9명의 가족이 14평짜리의 좁은 국민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A 군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이나 차상위 등 취약계층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차량 보유 등 차상위계층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차량 보유는 A 군의 어머니가 병원에 자주 가야 하고 가족이 많아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산경찰서는 A 군의 가족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판단해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구체적인 가정 형편을 조사했다. 이어 주민센터와 보건소 등 관계자들과 함께 A 군의 보호자를 면담하고, 아이들의 건강 상태와 심리 상담도 했다.

이어 오산시, 오산경찰서, 주민센터, 청소년센터, 보건소, 복지기관 등 모두 7개 기관이 지난 6일 통합회의를 열고 A 군 가정에 각종 복지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생활 지원은 ▲긴급복지지원(320만 원×3개월) ▲가정후원물품(이불, 라면 등) ▲급식비(30만 원), ▲주거환경개선(주거지 소독) ▲자녀 의료비(30만 원), 안경 구입비(10만 원) 등을 지원했다.

또 교육 지원으로 ▲초·중등 자녀(3명) 방과후 돌봄 제공 ▲중학생 자녀 대상 운동프로그램 제공 및 진로 상담을 했다. 이어 주거 지원으로 기존 주택 매입임대제도(최대 8년 임대)를 지원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다.

한편 A 군의 절도건은 즉결심판에 회부해 A군에게 벌금 10만 원에 선고유예를 내렸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실효되는 판결이다.

또 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 벌금 등 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이며 전과가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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