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8일 주도한 집단 휴진 대란은 없었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과 동네 개원의 의사들이 휴진에 나섰지만 의료 현장에서의 대규모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의협이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총파업)에도 14만 명 의사 중 1만 명 정도만이 참석했다.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여의도 총파업에 동참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큰 불편이 없었다.
서울 강서구의 최복희 씨에 따르면, 강서구 마곡지구 인근 발산역에 위치한 이대서울병원은 여의도 집회가 무색할 정도로 평상시와 다름 없었다. 의료진들도 평소와 같이 움직였고, 진료 접수 창고도 평상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휴진 참여 교수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은 정부의 진료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의식해 오전 진료만 하고 오후 2시에 집회가 열린 여의도로 가는 편법을 동원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18일 폐업 신고 관계로 휴진합니다" 글을 공유했다. 그는 "아직 휴진할까 말까 하는 고민하는 원장들, 특히 소아병원 동업 원장들 잘 봐라. 이게 소아과의 근본이다. 당신들 심장은 편안한가? 나도 당연히 휴진하고 여의도에 간다"라고 휴진을 독려했다.
전국의 상당수 맘카페에서는 '휴진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이용하지 않기 등으로 혼꾸멍을 내자"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일었다. 일부는 포털 지도에서 병원을 검색해 휴진하거나, 오전 진료만 보는 병원 리스트를 올렸다.
동네 병원들은 불매운동이 운영에 치명적이어서 이를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회원 30만 명인 경남의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 17일 오후부터 '병·의원이 휴진하면 불매하겠느냐'는 설문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의사 집단 휴진 찬반 질문에 전체 응답자 340명 중 96.2%인 327명이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불매 운동에는 응답자 336명 가운데 80.7%인 271명이 찬성에 투표했다.
이 설문에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거래하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제주 지역 맘카페에서는 이날 휴진하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됐고, 관련 게시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서는 "환자를 담보로 이런 행위를 하다니 앞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자기 가족이 아파 죽어가도 파업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등의 글이었다.
경기 수원의 맘카페에서도 한 소아청소년과의 휴진을 성토하는 글이 올랐다. 한 회원은 "아이가 기침이 심해 병원에 가려다가 검색을 했더니 휴진이라고 나오길래 당황스러웠다. 소아청소년과까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개원의들의 꼼수 휴진도 여러 곳에서 보였다.
'오후 휴진'을 내건 한 충북 청주의 한 동네 내과 의원은 휴진 이유를 "일이 있어서"라고 말해 불매 설문 대상이 됐고 80%가 불매에 찬성표를 던졌다.
휴진에 동참한 병의원들은 '개인 사정', '내부 공사', '대청소', '에어컨 청소' 등 나름의 이유를 입구에 써놓았다.
춘천의 한 커뮤니티에는 "휴진 병원서 진료 보는 날 진료 기록지 떼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요. 공유해서 혼꾸멍내야겠어요" 등의 글이 올랐다.
청주의 한 맘카페 게시자는 "음식점도 사장이 고객 관리 안 하고 맘대로 가게 문을 닫는다면 가서 먹을 필요 없다"며 "개인병원도 집단휴진에 들어가면 이번에 단골 병원을 바꾸려고 한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경기 시흥의 인터넷 카페엔 지난 17일 '파업에 동참하는 병의원' 제목으로 이날 휴진하는 병원 정보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 “앞으론 파업하는 병원 안 간다"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휴진한 전체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전화를 돌려 휴진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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