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가려서 먹는 음식 아니다"···인천의료원장, 병원 돌던 50대 직접 집도해 목숨 건졌다

정기홍 승인 2024.06.16 00:52 | 최종 수정 2024.06.16 13:40 의견 0

인천에서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은 50대 남성이 수술해 줄 의사를 찾아 헤매다 어렵게 지방의료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이 환자의 상태는 패혈증 직전 단계로, 수술이 빨리 이뤄지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독할 뻔했다.

15일 인천시의료원과 함박종합사회복지관 등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50대 A씨는 지난 10일부터 복통을 호소했다.


A 씨는 평소 치매가 있고, 돌봐주는 가족이 없어 복지관에서 요양 보호를 지원하는 사례관리 대상자였다.

1차 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은 A 씨의 상태는 일시적으로 호전된 듯 보였지만, 11일 증상이 더욱 악화했다.

A 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종합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고,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A 씨는 맹장이 터지면서 장폐색(막힘) 증세를 보였고, 복막염까지 진행돼 자칫 패혈증으로 번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태였다.

12일 급하게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A 씨가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다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병실을 무단이탈 하면서 병원 측이 수술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병원에서 소견서를 써주며 정신의학과 협진이 가능한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A 씨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복지관 측은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2곳을 찾아갔으나 모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이어 인천은 물론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A 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A 씨의 상태는 눈으로 봐도 복부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등 심각해졌다.

수소문 끝에 인천의료원에서 A 씨를 받아주기로 했다.

A 씨는 지난 13일 오전 7시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집도로 수술을 받아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인천의료원 측은 당초 A 씨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입원을 권했다가 사정을 듣고 환자를 받기로 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당시 A 씨는 충수염이 터져 복막염이 됐고, 장폐색에다가 혈압이 떨어지는 등 패혈증 직전 단계였다”며 “바로 수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생제를 써서 어느 정도 상태를 안정시킨 후 입원 이튿날 새벽부터 의료진이 준비해 긴급 수술을 했다”고 했다.

조 원장은 “환자는 음식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골라 받으면 안 된다. 당연히 환자를 받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자, 공공병원의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 조 원장은 의대 증원 계획에 따른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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