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은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입니다

정기홍 승인 2024.09.07 13:01 의견 0

오늘(7일)은 절기상 백로(白露)입니다. 24절기 중 벌써 15번째입니다. 처서(處暑)를 지나 추분(秋分)을 맞는 자리입니다. 양력으론 9월 7~9일에 듭니다. 지난해에는 9월 8일이었지요.

백로를 풀이하면 '흰 이슬'입니다. 이 무렵엔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 등에 이슬이 맺힌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슬점은 '대기 속의 수증기가 포화돼 일부 수증기가 물로 응결할 때의 온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의 낮기온이 30도를 넘어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폭염에 이슬 절기라니 아이러니 합니다.

지난해 백로 절기 기사를 보니 태풍 '힌남노'가 경남북의 남동 지역을 휩쓸고 가 피해를 입었네요. 올해는 폭염 때문인지 아직껏 큰 태풍 하나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 인근 공원의 분수 모습. 백로 절기임에 무더위가 지속돼 분수의 시원함이 와닿는다.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다. 정기홍 기자

백로 절기엔 '포도순절(葡萄旬節)이란 말을 합니다.

백로에서 추석까지가 포도순절인데, 익은 포도가 나오는 철입니다. 요즘은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나오는 시기가 빨라졌습니다.

이 절기엔 잘 익은 포도를 처음 따서 사당에 먼저 올리고 이어 맏며느리가 한 송이를 통째로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포도알이 다산(多産)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조선백자에 포도 무늬가 많은 것도 이 같은 뜻을 담은 것입니다.

거꾸로 시집 안 간 처녀가 포도를 많이 먹으면 망측하다며 야단을 맞기도 했다네요.

관련해 '포도지정(葡萄之情)'이란 사자성어가 있는데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했을 때를 가리킵니다.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씩 입에 넣어 껍질과 씨를 가려낸 다음 입에 넣어주던 그 정을 말합니다.

탐스럽게 익은 포도. 농촌진흥청

옛 사람들은 백로 절기에 편지를 쓸 때 첫머리에 '포도순절에 기체만강하시고...'라고 썼다고 합니다. 한여름 무더위를 잘 견뎠는지를 묻는 인사이지요.

기체만강은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의 준말입니다. 체후(體候)는 안부를 물을 때 그 사람의 기거(起居)나 건강 상태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만강(萬康)은 아주 편안함을 뜻합니다.

빨갛게 익은 사과. 경남 함양군

백로 무렵은 한여름 무더위 속의 농사를 끝내고 추수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여서 부녀자들은 근친(覲親)을 가기도 했습니다.

근친은 시집간 딸이 오랜만에 친정을 찾아 부모님을 뵙는 것을 말합니다. 근(覲)은 '뵙고, 만난다'는 뜻이어서 가까운 친척이란 근친(近親)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옛날에는 '출가외인'이라 해서 친정 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근친을 갈 때에는 햇곡식으로 떡을 만들고 술을 빚어 가져가는데 형편이 넉넉하면 버선이나 의복 등도 마련해 친정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시댁으로 돌아올 때도 보답으로 떡과 술 등을 마련해서 왔다고 합니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백로에서 추분까지를 5일씩 나누어 삼후(三候)라고 했습니다.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 오고, 중후(中侯)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백로 전후에는 여름철 폭염과 장마가 걷히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간혹 태풍과 함께 오는 집중호우로 인적물적 피해를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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