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절기···지구 온난화로 잎은 아직 푸르러

정기홍 승인 2024.10.23 13:37 | 최종 수정 2024.10.23 21:40 의견 0

오늘(23일)은 상강(霜降) 철기입니다. 서리 상(霜), 내릴 강(降)으로 상강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입니다. 풀잎 등이 서리를 맞아 시드는 때입니다. 한해 24절기 가운데 18번째로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위치합니다.

날씨는 쾌청하지만 밤 기온은 뚝 떨어집니다. 며칠새 아침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진 곳이 많습니다. 올해는 지난해(4~5도)보다 기온이 높습니다. 벼 수확을 끝낸 농가는 많지만, 아직도 깨 등 밭작물 가을걷이는 한창입니다.

경남 합천군과 산청군 경계에 있는 황매산 억세의 은빛 물결. 이맘때 억새 풍광은 탄성이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다. 합천군

경남 합천군과 산청군 경계에 있는 황매산의 은색 억새 풍경. 방문객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 사이를 거닐며 만추(滿秋)를 즐기고 있다.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합니다.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합니다.

상강 절기는 단풍이 들기 시작해 나들이 가기에 딱 좋습니다.

단풍은 보통 밤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뭇잎이 광합성 활동을 멈춰 엽록소를 생산하지 않아 만들어집니다. 지역 차이가 있지만 10월 하순~11월 중순을 단풍 시기이라고 합니다. 단풍이 절정인 시기는 첫 단풍 이후 2주 정도 지나서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2018년에 지난 18년간 단풍 절정 시기를 분석했더니 평년보다 5일 늦어졌다고 합니다.

상강 절기의 풍습은 다양하지 않고 화전(花煎·꽃을 넣어 만든 부침개)을 만들고 국화주를 마시고 계곡과 명승지를 찾아 단풍놀이를 하는 습속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상강 무렵에 국가 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했습니다.

둑제란 고려·조선 시대에 전장에 출정 할 때 둑기를 세워두고 전쟁의 승리와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지냈던 제사라네요. 봄에는 경칩에, 가을엔 상강에 3일간 제사를 올립니다.

둑(纛)은 고려와 조선시대 때 군대의 행렬 앞에 세우던 대장기입니다. 큰 삼지창에 검은 소의 꼬리털로 만든 치우(蚩尤)를 달았는데 이를 둑기라 부르며 신성시했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국군의 날과 같은 국가 의례입니다.

몇 가지 속담도 있습니다.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이모작을 해도 주곡인 쌀이 잡곡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즉 상강을 90일 앞둔 날은 7월 하순인데 모내기를 하긴 매우 늦은 시기입니다.

또 제주 속담에 '조 이삭은 상강 넘으면 더 안 여문다'(서리 내리기 전에 빨리 베라는 뜻), '상강이 지나면 바닷고기에 알이 박힌다'(맛이 없어진다)가 있습니다. 추워지니 월동 준비를 빨리하라는 의미입니다.

가을이 왔음을 뜻하는 일엽지추(一葉知秋)란 말이 있습니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영긂을 안다는 뜻입니다.

혹여 가을 사색이 너무 깊어지면 우울증이 온다니 단풍 절기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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