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도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친 설전을 주고 받으면서 파행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회담 도중 고성이 난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러시아 측에 유리하게 조기 종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전혀 물러서지 않고 난타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미국에 무례하다"며 광물 협정 등 후속 회의를 모두 취소했다.

2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모습.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두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만나 50여 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이 영광"이라고 현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서로를 격의없이 대했다.

하지만 회담이 40여 분 진행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가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된 언론의 질문에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심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 병합한 이후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했다.

회담에 배석한 J D 밴스 부통령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걸 따지는 게 무례하다.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상황을 직접 봐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에 그런 방문은 "선전용 관광(propaganda tour)"이라고 조롱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미국과 유럽 간에 대서양이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설전을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말라. 당신은 그런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고함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당신은 (손에 쥔) 카드가 없다"고 하자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리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당신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갖고 도박하고 있고 세계3차대전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고 발언 기회를 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듭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의 목소리 흉내를 내면서 "난 휴전을 원치 않는다. 난 휴전을 원치 않는다"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러시아와) 싸워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정상은 오찬을 겸한 비공개 회담과 광물 협정 체결식, 공동 기자회견도 예정했었지만 모두 취소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대화를 더 원한다며 했지만 미국 측은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