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전적지 4곳의 위치가 새로 확인됐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은 임진왜란(1592~1598년) 당시 해전이 벌어졌던 진해 선창, 오리량, 시구질포, 어선포 등 경남의 이순신 장군 전적지 4곳의 위치를 새로 확인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 기념일(28일)을 앞둔 지난 21일 발행된 연세대 국학연구원의 '동방학지' 제210호에 실렸다.
이들 지역은 고성군 회화면에서 치른 제2차 당항포해전(1592년 4월) 당시 이순신 장군의 장계(狀啓·어명을 받고 지방에 내려간 신하가 관리 지역 일을 임금에게 보고하는 문서)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진중 일기인 난중일기(亂中日記)에 등장하는 곳이다.
임진왜란 제2차 당항포해전 상황도. 왼쪽부터 지금의 고성군(고성현, 당항포),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진해현) 일대다. 오른쪽 웅천현(제포)은 지금의 진해구다.
제2차 당항포해전은 임진왜란 강화(講和), 즉 협상 시기인 1594년 음력 3월 3일 왜선 31척이 부산포 방면에서 진해현(縣·작은 고을 행정 단위)과 고성현 일대로 침입해 오자, 한산도에 있던 이순신 장군이 속칭 괭이바다 일대를 봉쇄하고 이들 선박을 모두 격파한 전투다.
이순신 장군은 이 전투에서 자신을 돕던 조방장(助防將) 어영담을 인솔 장수로 임명해 ▲읍전포(읍 앞의 갯마을, 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리)에서 6척 ▲시구질포(고성군 진동면 요장리 주도마을) 2척 ▲어선포(고성군 회화면 어신리 어선마을) 2척 ▲당항포(현 고성군 회화면 당항리)에서 21척을 격파했다.
이 소장의 논문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의 장계(狀啓)인 '당항포파왜병장'에 나오는 '진해 선창'은 현재 창원시의 서쪽인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리 남단의 태봉천과 인곡천이 만나는 간척지 일대로 밝혀졌다. 지금의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리 일대는 임진왜란 당시 진해로 불렸다. 지금의 진해 지명 이름과 위치가 다르다.
진해 선창 위치도. 선창(船艙)이란 바닷가에서 배가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당시 진해현 관아가 있어 배가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1967년 항공지도
이 소장은 또 난중일기에 나오는 '오리량(五里梁)'은 임진왜란 당시엔 주도리였고, 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요장리 주도마을~수우도 간의 좁은 해협이라고 논문에서 새롭게 주장했다.
오리량 위치도. 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요장리 주도마을과 수우도 사이의 좁은 해협이다. 1967년 항공지도
그 이유로 오리량의 량(梁)은 '들보 량'으로, 들보가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것임을 감안할 때 '좁은 해협'을 뜻하고, 주도마을과 수우도 사이의 바다도 약 800m로 비교적 좁다는 점을 들었다.
또 1872년 진해현 지도에 수우도가 읍치(邑治·고을 수령 관아)에서 5리(2km)라는 표기가 있어 오리량 지명이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은 또 적선 2척을 격파한 '시구질포(柴仇叱浦)'를 지금의 마산합포구 진동면 요장리 주도마을 북쪽 광암해수욕장 안쪽 계곡이라고 밝혔다.
이 계곡은 섶골, 섶곡, 숙골로 구전되고 있다. 역사학계는 시구질포를 '시굿포'로 통칭한다.
주도리 일대 위치도. 지금의 마산합포구 진동면 요장리로 광암해수욕장이 있다. 1967년 항공지도
이곳과 인접한 주도마을은 왜군이 많이 죽었다는 의미로 '왜꽂이'란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소장은 적선 2척을 격파한 '어선포'도 현재 지명인 고성군 회화면 어신리 어선마을임을 밝혀냈다.
이 마을은 지금 상촌·중촌·원촌 3개 마을로 형성돼 있으며, 당항만과 인접한 원촌마을에 작은 포구가 있다. 어신리는 신북·산북·어선이 합쳐져 생겨난 지명이다.
어선포 위치도. 지금의 고성군 회화면 어신리 어선마을이다. 1872년 고성부 지도. 이상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은 "제2차 당항포해전과 관련한 전적지 지명들은 1960년대 노산 이은상 선생이 출간한 '이충무공 전서'에서 주석을 달면서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주석의 내용에 오류가 많았다"며 "후속 연구자들도 대부분 이은상 선생의 주석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번 연구에서 여러 사료와 고지도를 바탕으로 전적지 위치를 확인했고 지역에 전해오는 구전을 채록해 사료들과 비교하고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지난 20여 년간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를 350회 이상 답사한 현장 전문가다. 2021년 4월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을 지휘하며 승리를 거둔 해전 현장을 답사하고 분석한 '이순신이 지킨 바다'(시루 간)를 출간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윤헌식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임진왜란 전쟁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2020년 4월 북랩 간)의 저자이다.